분열성 성격 요인들 그리고 꿈 - 페어베언(1940)
탈인격화(내가 바깥에 나가 있는 것 같은)와 비현실화(현실 같지 않은)와 같은 뚜렷한 정신병적 증세뿐만 아니라 진짜 같지 않은 감정(자신에 대해서 낯선 느낌을 갖거나 낯선 것에 대해 친숙한 느낌을 갖는)과 같은 비교적 경미하거나 일시적인 현실감의 장애들도 본질적으로 분열성 현상에 속한다.
낯선 것에 대해 친밀하게 느끼는 증상과 유사한 것으로서 기시증(데자뷰)을 들 수 있다. 이 흥미로운 현상은 분열성 과정을 포함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몽유병, 기억상실증, 이중인격, 다중인격 등이 기본적으로 분열성 현상에 속한다.(Janet, William James, Morton Prince)
그리고 히스테리 환자에게서 관찰한 해리 현상은 정신분열증 환자들에 대한 기술과 같은 것이었다. 이 사실은 히스테리 성격은 항상 분열성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는 생각을 확인해 준다.
'분열성'이라는 용어의 의미가 분열성 현상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확대된다면, 분열성 집단은 매우 포괄적인 것이 된다. 예를 들면, 광신주의자들, 선동가들, 범죄자들, 혁명가들, 그리고 공동체를 붕괴시키는 대부분의 사회병질적 성격 부류가 여기에 포함된다.
일반적으로 덜 분명한 형태로, 분열적 성격은 지식인 계층에서 흔히 발견된다. 자본가에 대한 지식인의 경멸과 무식한 사람들에 대한 고고한 예술가의 냉소는 분열성의 경미한 표현이다.
문학, 예술, 과학 등에 대한 지적 추구는 다양한 정도의 분열성 요소를 지닌 개인들에게 특히 매력적인 것으로 드러난다.
과학적 추구는 사고 과정에 대한 중요성뿐 아니라 정서적 거리감을 갖는 분열성 성격의 태도와 잘 맞아떨어질 수 있다.(감정적으로 얽히는 것을 두려워하므로 가능한 감정 없는 상태이고자 한다.)
강박증 환자가 과학에 매력을 느끼는 것은 과학이 질서정연하고 꼼꼼한 정확성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 점은 분열성 개인에게도 마찬가지다.
마지막으로 뛰어난 역사적 인물들 중에 분열성 인격 또는 분열성 성격에 해당하는 사람이 많다.
분열성 범주에 속하는 개인들은 다음의 세 가지 특성을 두드러지게 드러낸다.
(1) 전능적 태도 (2) 고립 또는 거리감을 유지하는 태도(반대로 위장될 수도 있다. 지나친 외향은 내향을 나타낼 수 있다. 진짜 외향은 현실을 사랑할 수 있고 리비도와 관심과 열정이 있는 사람이다) (3) 내적 실재에 대한 몰두.
그러나 이런 성격들이 결코 외적으로 드러나는 것이 아니다.
전능적 태도는 다양한 정도로 의식적이거나 무의식적일 수 있다. 그것은 어떤 특정 영역 안에서만 작용할 수도 있다. 과보상 될 수 있으며 겉으로 드러난 열등감 또는 굴욕적 태도 아래 숨겨질 수도 있다. 또는 그것은 하나의 소중한 비밀로서 취급될 수 있다.
그리고 이와 유사하게 고립을 유지하거나 거리감을 갖는 태도는 사회성이라는 겉모습에 의해서 혹은 특정한 사회적 역할에 의해서 감추어질 수 있다.(침범하지 않고 예의 바르게. 예의가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이런 개인들은 어떤 상황에서는 상당한 정도로 감정을 느낄 수도 있다.(감정 감당 못해서 덮어버리거나 폭발한다. 진짜 분열되면 무감정, 무감각이 된다.)
내적 실재에 대한 몰두는 모든 분열성 성격의 가장 중요한 특징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그 내적 실재는 외적 실재와 동일시되거나 또는 외적 실재 위에 덧씌워짐으로써 오히려 외적 실재에 대한 몰두로 나타날 수도 있다.(현실과 동떨어진 내적 실재 또는 현실과 역사를 추구하는 종교 로)
그러나 이 모든 것이 분열의 수준에 달려 있다.
분열성 현상은 근본적으로 자아 안에 분열이 있다는 것을 말한다.
극도의 고통이나 난관이나 박탈의 상황에 처할 때, 가장 깊은 수준에서 분열의 증거를 드러내지 않을 정도로 완전하게 통합된 자아를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먼저 정신의 깊은 층에 도달하는 것이다. 가장 깊은 수준에서는 누구에게나 어느 정도의 자아 분열이 존재한다. 클라인의 용어를 빌려 말한다면, 정신의 기본적 자리는 예외 없이 분열적 자리다.
아마 소수의 정상적인 사람만이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서 거리감을 지닌 태도로 자신을 멀리서 바라보는 것과 같은 순간적인 분열성 경험으로부터 자유로울 것이다.
가장 깊은 수준에서 모든 사람이 예외 없이 분열성이라는 사실을 증명해 주는 보편적인 현상이 있는데, 그것은 꿈이다. 꿈꾸는 사람은 꿈에서 둘 또는 그 이상의 인물로 나타나는 것이 보통이다.
나는 꿈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은 (1) 꿈꾸는 사람의 성격 일부를 나타내거나 (2) 동일시에 의해서 그의 성격 부분이 관계 맺고 있는 대상을 나타낸다고 본다.
꿈에서 꿈꾸는 사람이 하나 이상의 인물로 나타난다는 사실은 꿈이 발생하는 정신 수준에서 자아가 분열되어 있음을 보여 준다. 따라서 꿈은 보편적 분열성 현상을 나타낸다.
로널드 페어베언, <성격에 관한 정신분석학적 연구>, 이재훈 역, 한국심리치료연구소, 2003, 13-1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