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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e
어린 시절에 많은 일이 있었다고 생각했다. 어린아이를 어린아이답지 못하게 만든 무겁고도 어두운 일들이. 그런데 어느 날 아버지께서 꺼내 보여 주신 가족 사진 속 나는 그저 유쾌하고 발랄한, 아무 일 없다는 듯 장난스레 웃고 있는 여자아이였다. 정말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오히려 옆에 있는 여동생이 무슨 일 있는 듯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돌아보면 여동생이야말로 나처럼 웃던 적이 없는 아이였다. 어쩌면 내 기억 속에 내게 무슨 일이 있었다고 여긴 것들이 사실 아무 일도 아니었던 것 아닐까란 생각이 들자 동생의 무표정함에 대한 미안함도 사그라지고, 점점 세상에 정말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무 일도 없는 세상은, 사진 속 어린아이인 나는, 평화롭기만 하고, 신나기만 했다. 나의 지금 여기도 그처럼..

홍콩 팟캐스트 '경열독'(輕閱讀, 가볍게 읽다)에서 들은 임청하의 책 이야기다. 환갑을 맞은 임청하가 2014년에 자신의 이야기를 쓴 책 (雲去雲來)를 냈다. 그리고 일부는 직접 녹음했다. 이 방송에서는 그녀가 등려군과 장국영을 그리워하는 내용을 주제로 다뤘고, 임청하가 등려군을 만났던 이야기, 이후에 등려군이 죽은 소식을 듣고선 둘 사이의 우정이 이렇게 끝날 수 없을 것 같았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임청하는 등려군이 죽은 뒤엔 꿈에서 자주 등려군을 만났다고 했다. 등려군은 살아 있을 때와 똑같은 모습이었고, 단지 이상한 건, 세상 사람들은 모두 등려군이 하늘나라에 갔다고 여겼지만, 자신만이 등려군이 아직 세상에 있다는 걸 알았단다. 「奇妙的是,在夢裡,世人都以為她去了天國,唯獨我知道,她還在人間。」 잠깐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