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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e

2019년 마지막 회식을 마치고 얼른 집에 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사람들 먼저 보내고 계산하려고 서 있는데, 손님 하나 없으니 한 잔만 더 하고 가라고 사장님이 잡으셔서 하는 수 없이 이 집과 평소에 잘 지내던 직원들을 다시 불러 왔다. 본의 아닌 2차를 시작하는 자리에서 사장님 이야기를 들어 드릴 때가 왔다고 마음 준비하고 있던 순간, TV에서 카르투시오 수도원을 찍은 다큐 이 시작되고 있었다. 다행히 그 자리에 있는 분들이 다 가톨릭 신자라 적당히 경건한 가운데 대화하며 TV에 나름 집중할 수 있었다. 신학교 다닐 때 본 은 당시 성소를 간절히 찾으며 하느님과 연합하고자 하는 마음만 일상을 잡던 때라 몇 번을 보아도 그 침묵에 울고 또 흐뭇해 하던 프랑스 편 카르투시오 수도생활을 담은 다큐다. 그리..
인간 최초의 경험은 합일 상태였고, 세상에 나오면서부터 우리는 끊임없이 분리에 분리를 거쳐 수많은 '대상'들을 인식하게 된다. 이 분리들이 우리로 하여금 '관계'로써 하나되고자 하는 욕구를 일으키는 바탕이 되는데, 그것이 성적으로든 대인관계적으로든 사회관계적으로든 중요하게 추구하는 바가 되며, 개인에 따라 외적 대상들 가운데 찾는가 하면, 외적 대상에게서 돌려 내적 대상들 가운데 찾는 이가 있다. 내적 대상이 아닌 외적 대상만 추구했던 이들의 경험에 대해 내가 그 방향으로 끝을 본 적이 없으므로 아는 바가 별로 없다. 그러나 경험상 내적 대상을 찾아가는 여정에서 수많은 외부 인식에 대한 부정들을 거쳐 가는 과정에서 자기 심연의 무언가와 가까워질 때쯤이면 영적 신비라 불리는 신비 현상, 엑스터시, 눈물과 ..
중학교 때부터 잡지를 통해 음식에 칼로리가 있다는 걸 알고는, 심각하게 따져 먹진 않아도 대략적으로 음식 조절을 하다 보니 30 중반이 된 지금까지도 살이 심하게 찐 적 없었다. 갑상선 기능 저하로 많이 먹지 않아도 몸이 붓거나 쉽게 살로 갔지만, (더군다나 한 번 찐 살은 잘 빠지지도 않는다.) 저하증이 있음에도 겉 보기엔 표준 몸무게를 유지해 왔다. 여기에 20대 초반에 취미를 넘어 특기에 가까울 만큼 높은 강도로 6년간 운동한 덕에 붙은 근육들이 나머지 10년의 몸을 지탱해 주는 데 큰몫을 했다. 하지만 더 이상 근육은 몸을 받쳐 주지 않았다. 노화에 따라 뱃살, 옆구리살, 허벅지살은 쉽게 찌고, 몸이 아래로 처지는 게 처음엔 그저 나이 들어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갈수록 생활 ..
매일매일 시간은 아쉽게 지나가고, 나는 하루하루 나이 들어 간다. 밤마다 피곤에 지쳐서 더 이상 깨 있을 수 없을 때 잠자리에 누우면서 눈도 뜨지 못하는 상태로 아쉽게 하루와 안녕한다. 오늘도 고마워, 내일도 일어나면 잘 살게. 그러고도 잠들기가 아쉬워서 얼마간 정신은 깨 있다. 사실 잠들기가 아쉬워... 잠들기가 아쉬워... 어쩌면 아기들이 의식과 무의식이 생겨나기 시작할 때, 처음엔 꿈과 현실을 구분 못하지만, 의식이 자랄수록 잠들었을 때의 무의식 상태가 홀로 남겨진 것 같은 두려움이어서 잠자기 전에 그렇게 우는 걸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자고 싶지 않은데 졸리고, 잠들면 혼자인데다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상태가 되니 본능적으로 그렇게 우는 게 아닐까.어쨌든 나도 요즘 하루의 끝을 놓으며 잠 자..

진심을 담아 이마에서 성부, 명치까지 성자, 명치에서 왼쪽 어깨, 오른쪽 어깨까지 성령의 이름으로. 자신을 온전히 담아 무엇을 샀든, 무엇을 먹든 내 앞에 놓인 모든 것, 하느님이 주신 모든 것에 진심을 담아 감사하자. 모든 것이 하느님이 주신 선물이다.
"그리고 참나를 모르는 사람이 지도하면, 이런 일이 일어나요. 제가 참나를 모르는데 지도를 했어요.그러다가 혹시 참나를 만나실 수도 있잖아요?본인의 카르마가 괜찮아서.. 잘못된 지도를 듣고도 혹 될 수가 있어요. 그런데 문제가 뭐냐하면 스승이 잘못되어 있으면 아니라고 합니다."내가 안 됐는데 네가 됐다고?""네가 된다고? 나도 40년을 해도 안 되는데.." 갑자기 한 달 하더니 "이거 아닌가요?"라고 하면,자기의 체면도 있고 여러가지가 걸린 것이 있어요."아니야." 해버리면 그때부터는 같이 헤매게 됩니다.즉, 제자가 더 뛰어난 상근기더라도 스승이 하근기면 같이 헤맬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스승이 헤매는 것을 같이 따라가야 해요.이것도 일종의 영적착취인데,이런 일이 일어날 수밖에 없어요." - 홍익학당, 잘..
돈 없이 이사 다니며 책 때문에 고생한 기억이 많아서 가능한 책은 중요한 것 빼고 다 팔았다.책장에는 영성, 정신분석, 철학, 성경 관련 책 외에 교양 서적만 남았다.하나하나 싸면서 다시 한번 정말 필요한 책인가, 파는 게 어떨까, 굳이 가져가야 하나 생각했는데,결국 원래 팔려고 내놨던 책들 외엔 다 싸게 되었다. 지금 나와 새 집으로 같이 갈 책들은 크게 칼 융, 정신분석, 켄 윌버, 떼이야르 샤르댕, 매튜 폭스 그리고 중세 신비문헌, 끌레르보 베르나르, 아빌라 데레사, 십자가의 요한, 아시시 프란치스코, 로욜라 이냐시오, 영적지도, 영성신학, 현대 영성가, 번역본 다른 성경, 성경 주석, 렉시오 디비나, 중국철학, 교양 고전이다.다 쉽게 읽을 수 없는 책들이고 아직 읽지 못한 책도 많지만, 그중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