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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e
진실과 진실이 만날 때 우린 얼마나 흐뭇하고 기쁠까. 사는 건 그러기 위한 것인데 어서 우리가 함께 춤추는 날이 왔으면.
꿈에 나는 Jae와 함께 아무것도 없는 길을 걷고 있었다. 바닥은 누런 흙이었고, 주변은 살짝 안개가 깔려 있었다. 나는 Jae가 평소처럼 나에게 이런저런 말들을 놀람 섞인 어조로 말하는 걸 듣고 있었고, Jae가 당황할 때마다 “그건 이러이러한 걸거야. 괜찮아.”라는 식으로 진정시켜 주었다. 그러다 왼쪽 저 멀리서 어떤 건물이 서 있는 게 보였는데, 일그러진 드라큘라와 비슷한 흉측하고도 괴상한 형태를 한 형상이었다. 나와 Jae는 동시에 그걸 보고서 둘 다 놀랐는데, 그 건물이 마치 죽은 사람 내장 같은 것을 보는 섬뜩함이 느껴져서 더 이상 Jae에게 “괜찮아”라고 말해 줄 수 없었다. 놀란 사이에 장소가 바뀌었다. 이번엔 내가 사역하는 교회의 예배당 안이었는데, 예배당 오른쪽 성가대석 뒤편에 한 출입..
아직 다 울지 않았는데 예수님이 부활하셨단다. 먹던 것을 채 소화하지 못했는데 갑자기 위 속이 비어 버린 것 같은 이 이상한 기분은 뭘까. 해마다 오는 고난주간과 곧 이어지는 부활이 이렇게 형식적일 수 있을까 싶었다. 난 사실 아직 교회에서 예수의 십자가도 보지 못했고 닫힌 무덤과 열린 빈 무덤도 보지 못했다. 개신교회는 이렇게 고난의 둘레에다 울타리 쳐 놓고, 그 밖에서 저만치 떨어져 고난과 부활의 신비를 구경하게 하는 데 그친다. 누구도 고난에 대한, 부활에 대한 신앙체험이 없는지, 강단에서는 이론적이고 당위적인, 책 펼쳐 보면 볼 수 있는 이야기들만 짧게 선포하고 끝났다. 그 뒤를 채운 건 칸타타 3-4곡이었다. 물론 부활을 아무리 설교해도 신비는 열린 자에게만 들리고 인간적 방법으로 부활을 와닿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