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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e

16살에 어머니는 화장하지 않고 그대로 관을 땅속에 묻었다. 30살 초반에 친구의 아버지는 화장하고 납골당에 모셨다. 그리고 37살, 후배의 아버지를 화장하고 유골을 땅속에 묻었다. 장례식을 처음부터 끝까지 있어 본 게 3번째다. 그동안 조문은 빠지지 않고 다 갔는데, 37년 동안 장지까지 간 게 3번뿐이라니 스스로에게 의외였다. 어머니의 죽음을 갑작스럽게 맞아서 언제나 그 어마어마한 충격을 아주 익숙한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방어가 있었던 것 같다. 다시 상처 받지 않으려면 죽음을 항상 가까이 두어서 언제 어느 때고 받아들일 수 있어야 했다. 그런데 죽음이 예고되고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진 경우엔 생각보다 그렇게 받아들이기 고통스럽거나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는 걸 이번에 보게 되었다. 오히려 고통스럽..

인간 안에 있는 시스템 중 그가 살 의지가 있는 한 반드시 작동되는 것이 기사회생이다. 모든 신앙체험은 자신이 죽을 것 같을 때, 또는 죽었다고 할 수 있는 상태에서 극에 달했을 때 완전한 어둠에서 완전한 빛으로 전복되는 체험이 일어난다. 개신교인 중에 이러한 체험으로 하나님의 무한한 사랑을 느끼고 조금도 의심 없이 하나님이 자신을, 우리를 사랑하신다고 고백하는 이들이 있는데, 그들 얼굴에서 발하는 빛은 대개 이런 체험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하나님을 만날 수 있죠?"라고 묻는다면 그 답은 언제나 '일단 자기가 죽어야 한다'이다. 꼭 고통을 겪어야만 하나님을 만나는 것은 물론 아니다. 하나님은 항상 여기에 계시고 한결같이 사랑하신다. 다만 우리의 지향과 마음과 눈이 어디에 있냐에 따라 신앙체..

지난 겨울, 홍 목사님으로부터 '영성과 몸'에 대한 글을 부탁받았다. 영성과 몸에 대해서라면 나름 일가견이 있다고 여겼지만, 중국어로 써야 하는 글이고 번역에 자신없을 뿐더러 글을 잘 풀어 낼 수도 없을 것 같았다. 그래도 투고할 만한 사람이 많지 않아 실리든 안 실리든 도움받길 원하시는 홍 목사님을 도와드리고 싶었다. 그리고 이사와 겹친 마감일을 지키지 못해 계속 짐더미를 안고 가는 무거운 나날들 가운데, 짬내서 글 쓰는 동안 나는 2015년부터 지금까지의 시간을 돌아보며 의외의 행복을 느꼈다. 기도 체험을 회상하는 시간은 정말 행복했다. 쓰면 쓸수록 이 글이 홍 목사님네 공동체가 발행하려는 간행물 성격에 어울리지 않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으나, 나를 위해서라도 어떻게든 써 보고 싶었다. 그래서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