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사주 (2)
Zoe

조용히 여름휴가를 보내면서, 미루던 건강검진도 받고 잠도 내키는 만큼 자고 마음도 닦고 집안을 정리하고 있다. 문득 "나는 떠난 적 없는데 왜 내가 떠났다고 생각하는가?"라고 그들에게 묻고 싶던 5년 전이 떠올랐다. 그리고 경계 안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많은 이와 달리 나는 스스로 옷을 벗어 던지고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으며 세상에서는 이름할 수 없는 존재로 6년 가까이 지내 왔음을 알게 됐다. 십이운성으로 보면 내 사주는 연월일시 관대/관대, 목욕/건록, 관대/관대, 병/장생이다. (총명하며 인기 좋고 힘 있는 당찬 사주지만 늘 따라오는 말이 '결혼에 불리하다'다.) 청장년기를 나타내는 월주(月柱)가 목욕(건록)인 것이 내가 스스로 옷을 벗어 던진 (자수성가) 기질을 나타낸 것인가. 대학교 이후에..
1982년 임술(壬戌), 검은 개 해에 검은 개로 해 저무는 밤을 맞는 시간에 태어났다. 사주에 시작과 성장의 기운을 나타내는 목(木)과 타오르는 화(火)가 하나도 없는 수(水) 3, 토(土) 3, 금(金) 2개지만 2개가 토에 숨어 있어 금 4개인 오행이다. 이게 도대체 무슨 사주냐고 이리 분석하고 저리 분석해도 시원하게 풀리지 않았다. 병존 하나 없이 각각 흩어진데다 고루 섞여 있어 땅과 물, 바위가 혼재돼 있으니 우주적 질서를 찾기 전인 카오스 상태가 떠올랐다. 물은 끝과 죽음을 상징하여 검은 색이고, 검은 개는 죽음과 끝 앞을 지키고 서 있는 형상이다. 게다가 태어난 시간도 한겨울에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하는 경계라니. 힘들 때 어린아이와 예술가의 열정이 보고 싶은 건 나에게 목(木)과 화(火)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