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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e

해가 넘어가기 전에 집에 갈 시간이 생겨서 다녀왔다.몇 달 만에 뵌 아버지는 얼굴색이 나쁘지 않아 보였지만 어쩐지 핏기가 없어 보였다.돌아가는 길에서야 아버지 피부색이 간경화 때문에 자연스러워 보이지 않았던 듯했다.남동생과 좀 걷다가 헤어졌는데, 나를 잘 보내주려는 모습에 금방 눈시울이 뜨거워져 웃으면서 눈물을 훔쳤다.이젠 나를 원망하지 않는데다 내 길을 존중해 주고 이해해 주는 모습이 고마웠고,서른 살 답게 자신을 돌보고 책임 져 가는 법을 배우고 있는 게 안쓰럽고 기특도 해서.무엇보다 나를 가만히 보며 "제제, 진짜 오랜만에 보네."라는 마주봄의 여유도 가질 줄 알게 돼서.내 상반신보다 더 큰 인형을 줬는데 도무지 버스 타고 이동할 수 없을 것 같아"다음에 네가 데려다 줘."라고 던져 본 말에 "응...
영성 생활을 한 지 8년이 되고, 그중 엄격한 기도 생활을 한 지 3년이 지났을 때, 나는 강박적이게 되거나 이것이 영성생활이라고 고착된 인간이 되어 버릴까 봐 이완의 시간을 갖고, 내 안에서 다시금 훈련을 필요로 할 때가 올지 두고 보며 자연적 인간으로 살아 보려고 한 지 15개월 5일이다. 그리고 요즘 주변 환경의 변화와 가중된 스트레스를 스스로 이기지 못하게 되자 나는 자연스레 다시 기도하게 되었다. 직장의 현실적 제한들, 자신에 대한 외부의 평가, 본의 아닌 경쟁적 상황, 3년 이후를 알 수 없는 미래와 혼자 감당해야 할 삶의 무게 등이 복합적으로 한 덩어리로 치고 들어왔을 때 KO당한 것이다. 물론 다른 이에겐 이 문제들이 심각하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나는 금전적으로도 자유..

지난 겨울, 홍 목사님으로부터 '영성과 몸'에 대한 글을 부탁받았다. 영성과 몸에 대해서라면 나름 일가견이 있다고 여겼지만, 중국어로 써야 하는 글이고 번역에 자신없을 뿐더러 글을 잘 풀어 낼 수도 없을 것 같았다. 그래도 투고할 만한 사람이 많지 않아 실리든 안 실리든 도움받길 원하시는 홍 목사님을 도와드리고 싶었다. 그리고 이사와 겹친 마감일을 지키지 못해 계속 짐더미를 안고 가는 무거운 나날들 가운데, 짬내서 글 쓰는 동안 나는 2015년부터 지금까지의 시간을 돌아보며 의외의 행복을 느꼈다. 기도 체험을 회상하는 시간은 정말 행복했다. 쓰면 쓸수록 이 글이 홍 목사님네 공동체가 발행하려는 간행물 성격에 어울리지 않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으나, 나를 위해서라도 어떻게든 써 보고 싶었다. 그래서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