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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방학 15개월 5일 뒤, 다시 시작한 기도

Shaoli 2019. 4. 13. 21:54

 

영성 생활을 한 지 8년이 되고,

그중 엄격한 기도 생활을 한 지 3년이 지났을 때,

나는 강박적이게 되거나 이것이 영성생활이라고 고착된 인간이 되어 버릴까 봐

이완의 시간을 갖고, 내 안에서 다시금 훈련을 필요로 할 때가 올지 두고 보며

자연적 인간으로 살아 보려고 한 지 15개월 5일이다.

 

그리고 요즘 주변 환경의 변화와 가중된 스트레스를 스스로 이기지 못하게 되자

나는 자연스레 다시 기도하게 되었다.

직장의 현실적 제한들, 자신에 대한 외부의 평가, 본의 아닌 경쟁적 상황, 3년 이후를 알 수 없는 미래와

혼자 감당해야 할 삶의 무게 등이 복합적으로 한 덩어리로 치고 들어왔을 때 KO당한 것이다.

물론 다른 이에겐 이 문제들이 심각하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나는 금전적으로도 자유롭지 못하고,

어린 시절의 100점을 얻지 못한 좌절들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며,

기대 이하의 현실 상황들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보았다.

이 앞에서 철저히 나는 그저 자존심이 너무 중요한 인간이었다.

 

다시 기도를 시작한다는 건, 어떤 간구가 아니라 다시금 정신을 가다듬고 중심 잡는 시간을 갖는다는 걸 의미한다.

즉, 이제 중심 잡을 힘이 떨어진 것이다.

그 사이에도 몇 번의 기도를 재개해야 할 상황들이 있었지만 썩 내키지 않고 몸도 따라주지 않았는데,

이번엔 제 스스로 살 길을 찾겠다고 정신이 번쩍 들어 기도하게 되었다.

15개월 5일,

이제 또 얼마 동안을 수련해서 얼마 동안 중심 잡아 나갈 수 있게 될까.

아니면, 이젠 수도자처럼 매일 기도를 생활화하게 될까.

뭐든 치우치지 않고 중심을 잡는다는 건, 평화를 위한 큰 숙제다.

 

오랜만에 시작한 기도는,

오랜만에 찾아온 고향 집과 같았다.

그저 자연스러웠고, 그저 편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