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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e
발을 잊는 것은 신발이 잘 맞기 때문이고 허리를 잊는 것은 허리띠가 잘 맞기 때문이며 옳고 그름을 잊는 것은 마음이 잘 맞기 때문이다(忘足履之適也, 忘要帶之適也, 忘是非心之適也,) -《장자(莊子)》〈달생(達生)〉편- 나이가 들수록 점점 편안해지고 싶어진다. 이전에도 그다지 치열하거나 전투적으로 삶을 산 적이 없으면서도 염치없게 편안하고 싶다. 어떻게 하면 편안해질까?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편안할까? 게으름을 피워 보았다. 그런데 게으름이 주는 편안함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오히려 직무유기나 불성실을 명분으로 한 죄책감 때문에 마음이 매우 불편했다. 육체적인 편안함 역시 익숙해지자 무뎌지게 되었다. 안일한 일상은 다시 번뇌와 망상으로 복잡하게 얼크러졌다. 나는 편안하고 싶지만 어떤 것이 편안한 것인지..
아직 다 울지 않았는데 예수님이 부활하셨단다. 먹던 것을 채 소화하지 못했는데 갑자기 위 속이 비어 버린 것 같은 이 이상한 기분은 뭘까. 해마다 오는 고난주간과 곧 이어지는 부활이 이렇게 형식적일 수 있을까 싶었다. 난 사실 아직 교회에서 예수의 십자가도 보지 못했고 닫힌 무덤과 열린 빈 무덤도 보지 못했다. 개신교회는 이렇게 고난의 둘레에다 울타리 쳐 놓고, 그 밖에서 저만치 떨어져 고난과 부활의 신비를 구경하게 하는 데 그친다. 누구도 고난에 대한, 부활에 대한 신앙체험이 없는지, 강단에서는 이론적이고 당위적인, 책 펼쳐 보면 볼 수 있는 이야기들만 짧게 선포하고 끝났다. 그 뒤를 채운 건 칸타타 3-4곡이었다. 물론 부활을 아무리 설교해도 신비는 열린 자에게만 들리고 인간적 방법으로 부활을 와닿게..
매일매일 시간은 아쉽게 지나가고, 나는 하루하루 나이 들어 간다. 밤마다 피곤에 지쳐서 더 이상 깨 있을 수 없을 때 잠자리에 누우면서 눈도 뜨지 못하는 상태로 아쉽게 하루와 안녕한다. 오늘도 고마워, 내일도 일어나면 잘 살게. 그러고도 잠들기가 아쉬워서 얼마간 정신은 깨 있다. 사실 잠들기가 아쉬워... 잠들기가 아쉬워... 어쩌면 아기들이 의식과 무의식이 생겨나기 시작할 때, 처음엔 꿈과 현실을 구분 못하지만, 의식이 자랄수록 잠들었을 때의 무의식 상태가 홀로 남겨진 것 같은 두려움이어서 잠자기 전에 그렇게 우는 걸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자고 싶지 않은데 졸리고, 잠들면 혼자인데다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상태가 되니 본능적으로 그렇게 우는 게 아닐까.어쨌든 나도 요즘 하루의 끝을 놓으며 잠 자..

인간 안에 있는 시스템 중 그가 살 의지가 있는 한 반드시 작동되는 것이 기사회생이다. 모든 신앙체험은 자신이 죽을 것 같을 때, 또는 죽었다고 할 수 있는 상태에서 극에 달했을 때 완전한 어둠에서 완전한 빛으로 전복되는 체험이 일어난다. 개신교인 중에 이러한 체험으로 하나님의 무한한 사랑을 느끼고 조금도 의심 없이 하나님이 자신을, 우리를 사랑하신다고 고백하는 이들이 있는데, 그들 얼굴에서 발하는 빛은 대개 이런 체험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하나님을 만날 수 있죠?"라고 묻는다면 그 답은 언제나 '일단 자기가 죽어야 한다'이다. 꼭 고통을 겪어야만 하나님을 만나는 것은 물론 아니다. 하나님은 항상 여기에 계시고 한결같이 사랑하신다. 다만 우리의 지향과 마음과 눈이 어디에 있냐에 따라 신앙체..

진심을 담아 이마에서 성부, 명치까지 성자, 명치에서 왼쪽 어깨, 오른쪽 어깨까지 성령의 이름으로. 자신을 온전히 담아 무엇을 샀든, 무엇을 먹든 내 앞에 놓인 모든 것, 하느님이 주신 모든 것에 진심을 담아 감사하자. 모든 것이 하느님이 주신 선물이다.
"그리고 참나를 모르는 사람이 지도하면, 이런 일이 일어나요. 제가 참나를 모르는데 지도를 했어요.그러다가 혹시 참나를 만나실 수도 있잖아요?본인의 카르마가 괜찮아서.. 잘못된 지도를 듣고도 혹 될 수가 있어요. 그런데 문제가 뭐냐하면 스승이 잘못되어 있으면 아니라고 합니다."내가 안 됐는데 네가 됐다고?""네가 된다고? 나도 40년을 해도 안 되는데.." 갑자기 한 달 하더니 "이거 아닌가요?"라고 하면,자기의 체면도 있고 여러가지가 걸린 것이 있어요."아니야." 해버리면 그때부터는 같이 헤매게 됩니다.즉, 제자가 더 뛰어난 상근기더라도 스승이 하근기면 같이 헤맬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스승이 헤매는 것을 같이 따라가야 해요.이것도 일종의 영적착취인데,이런 일이 일어날 수밖에 없어요." - 홍익학당, 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