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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e
외국 국적포기 승인 난 날이 딱 내 37번째 생일날이었다.37년의 외국인 신분에서 날 놓아 준 게 생일선물이었나,생존을 위해 포기한 국적이어서인지 기쁨보다 착잡함이 더 컸다.국적 포기 허가 증서를 더 보고 있다간 울 것만 같아서 얼른 서류봉투 속에 다시 넣었다.세종로 출입국 사무소에 가서 외국 국적 포기 확인서를 받고 주민센터에 주민등록 신청을 하면 한국인 신분이 된다.나에겐 그게 피난 같은 인생에서 하루 먹을 쌀이라도 얻을 수 있는 생명줄같이 느껴졌다.지난 외국인으로서 이 땅에 사는 불편함은 생활의 불편함에 내재된 수많은 정신적 외상에서 비롯한 장애와 결핍의 불편함이었다. 저녁엔 집에 와서 좋아하는 중국 예술인이 나온 프로그램들을 보았다.이 사람을 볼 때마다 왜 그렇게 울게 되는지, 4시간 동안 보면서..
얼마 전 옛날 영화 과 를 보니, 한때의 사랑일지라도 사랑하는 사람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하고 행복했다. 종교는 지복을 얻는 길을 열어 주지만 누릴 만큼 누렸던 나에겐 오히려 현실로 돌아가는 다리가 제대로 준비되지 못해 고생이었다. 현실로 잘 돌아올 수 있으려면 모든 현실적인 것들에 대한 사랑이 있어야 했다. 그리고 그 사랑이 나를 불러주어야 넘어갈 용기가 생기는 것이었다. 더 이상 종교에만 기대지 않는 삶에서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종종 스스로에게 묻는다. 그리고 답은 조용히 말한다. 사랑을 키워 가는 것, 무엇이든, 누구든, 사랑을 넓혀 나가는 것. 그게 무어냐고 또 물으면, 결국엔 기쁨을 함께하고, 슬픔을 함께할 수 있는 이가 되는 것이더라. 세상에 사랑할 이가 얼마나 많고, 사랑할 것들이..
모든 인간의 삶의 목적은 세상을 사랑하는 것이고 사랑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가장 이상적인 삶은 자기 자신의 있는 그대로 지내는 것이 곧 세상을 사랑하는 길이 되는 것인데, 물론 있는 그대로 있으면서 하고 싶은 대로 해도, 그것이 세상을 올바로 사랑하는 길은 아닐 수도 있다. 공자가 칠십에 종심(從心)이라 했듯, 마음 가는 대로 하는 것이 도에 어긋나지 않는 상태가 있는 그대로 있으면서도 세상을 사랑하는 길로 살아지는 것이겠다. 세상을 사랑하는 방법 찾기. 있는 그대로의 나, 사랑 되기. 그렇게 나 자신을 펼치며 자유와 기쁨을 전달할 때 세상은 좀 더 생기를 되찾고 더불어 즐거워질 것이다. 그렇게 사랑으로 사는 나이길.
사랑한다는 말보다, 날 기뻐해 주세요. 아기를 흐뭇하게 바라볼 때 자기도 모르게 미소짓게 되듯 그렇게 사랑 때문에 기뻐해 주세요. 기쁨으로 웃어 주세요. 그럼 나도 기쁘게 웃을 거에요. 그때 우린 더 행복해질 거에요.
인간 안에 있는 시스템 중 그가 살 의지가 있는 한 반드시 작동되는 것이 기사회생이다. 모든 신앙체험은 자신이 죽을 것 같을 때, 또는 죽었다고 할 수 있는 상태에서 극에 달했을 때 완전한 어둠에서 완전한 빛으로 전복되는 체험이 일어난다. 개신교인 중에 이러한 체험으로 하나님의 무한한 사랑을 느끼고 조금도 의심 없이 하나님이 자신을, 우리를 사랑하신다고 고백하는 이들이 있는데, 그들 얼굴에서 발하는 빛은 대개 이런 체험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하나님을 만날 수 있죠?"라고 묻는다면 그 답은 언제나 '일단 자기가 죽어야 한다'이다. 꼭 고통을 겪어야만 하나님을 만나는 것은 물론 아니다. 하나님은 항상 여기에 계시고 한결같이 사랑하신다. 다만 우리의 지향과 마음과 눈이 어디에 있냐에 따라 신앙체..
내가 경험한 불가항력적인 가장 강력한 방어기제는 잠이다. 일어나는 상황들을 내가 어찌할 수 없고 사람들을 내가 어떻게 해 줄 수 없을 때, 그리고 거기서 불화와 갈등이 계속되기만 할 때 나는 깨어날 수 없는 잠 속으로 삼켜지듯 잠을 잔다. 그건 내 무능력함에 대한 큰 저항일 수도 있고, 마주하고 싶지 않은 현실을 회피하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다. 내 의지보다 더 앞서는 이 방어에 대해 고민하자 선생님은 어린아이들도 힘들면 잠을 잔다고 하셨다. 잔다는 건 결국 갓난아기 때나 자궁 속에서 외부세계에 대한 의식이 거의 없던 태아 때로 퇴행하는 상태 같았다. 잠으로 빠지지 않으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냐는 물음에 선생님은 용기를 내 보는 게 어떻겠냐고 하셨다. 그 한마디에 나는 그제서야 그 전 오랜 잠에서 깨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