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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현실이 힘들면 잠을 잔다

Shaoli 2019. 3. 7. 21:39



내가 경험한 불가항력적인 가장 강력한 방어기제는 잠이다.

일어나는 상황들을 내가 어찌할 수 없고

사람들을 내가 어떻게 해 줄 수 없을 때,

그리고 거기서 불화와 갈등이 계속되기만 할 때

나는 깨어날 수 없는 잠 속으로 삼켜지듯 잠을 잔다.




그건 내 무능력함에 대한 큰 저항일 수도 있고,

마주하고 싶지 않은 현실을 회피하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다.

내 의지보다 더 앞서는 이 방어에 대해 고민하자 선생님은 어린아이들도 힘들면 잠을 잔다고 하셨다.

잔다는 건 결국 갓난아기 때나 자궁 속에서 외부세계에 대한 의식이 거의 없던 태아 때로 퇴행하는 상태 같았다.




잠으로 빠지지 않으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냐는 물음에 선생님은 용기를 내 보는 게 어떻겠냐고 하셨다.

그 한마디에 나는 그제서야 그 전 오랜 잠에서 깨어났을 때 사랑이 나를 불러내고, 

깨어난 뒤에는 살아가는 용기를 내자고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거듭, 살아 있는 이에게 필요한 건 용기다.

마주하고 싶지 않은 현실을 살아내는 덴 용기가 필요하다.

상황을 바꾸는 데에도 용기가 필요하고,

죽는 것도 깨어나는 것도 용기가 필요하다.



그렇게 생각하니 다시 하느님이 주신 사랑이 좀 더 뚜렷이 떠올랐다.

그 사랑은 용기 있는 사랑이었다.

결국 사랑, 사랑, 다시 사랑.

살아가는 데 필요하는 건 두려움 없는 사랑이다.



그러니 “용기를 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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