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e
나는 원래 생령(生靈)이었다 본문
매일매일 시간은 아쉽게 지나가고,
나는 하루하루 나이 들어 간다.
밤마다 피곤에 지쳐서 더 이상 깨 있을 수 없을 때
잠자리에 누우면서 눈도 뜨지 못하는 상태로 아쉽게 하루와 안녕한다.
오늘도 고마워,
내일도 일어나면 잘 살게.
그러고도 잠들기가 아쉬워서 얼마간 정신은 깨 있다.
사실 잠들기가 아쉬워...
잠들기가 아쉬워...
어쩌면 아기들이 의식과 무의식이 생겨나기 시작할 때,
처음엔 꿈과 현실을 구분 못하지만,
의식이 자랄수록 잠들었을 때의 무의식 상태가 홀로 남겨진 것 같은 두려움이어서
잠자기 전에 그렇게 우는 걸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자고 싶지 않은데 졸리고, 잠들면 혼자인데다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상태가 되니 본능적으로 그렇게 우는 게 아닐까.
어쨌든 나도 요즘 하루의 끝을 놓으며 잠 자야 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하루가 지나가는 만큼 내 육신이 늙어 가고, 이 땅에 살 수 있는 날이 절대적으로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 육신의 한계를 안고, 자는 걸 아쉬워하면서 잠들려고 할 때,
나는 아쉽다고 중얼거리는 중에 문득 내가 본래 생령이었다고 생각했다.
나는 내가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
아니, 어디로 가는지는 알겠지만 어디서 왔는지 모른다.
다만 생령-생명의 영으로 이 땅에 생명을 가지고 존재하고 태어나고 자랐다.
그럼 나는 여기서 자라면서 지금 내가 의식하는 ‘나’가 된 것인데,
이 ‘나’가 죽으면 지금 이런 ‘나’는 사라지니,
지금의 ‘나’는 본래의 나도 아니다.
그렇다면, 나는 그저 생령이었다.
맞아, 나는 생령이야.
나는 생령이었어.
생명의 영.
생명의 영.
그렇게 생각하니 육신에 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영이 되어 이 세상 가운데 편안히 누워 쉬는 것 같았다.
누군가 죽는 걸 두려워하고, 자신이 사라지는 걸 무서워 한다면 그에게도 말해 주고 싶었다.
당신의 정체는 생령이라고.
생명의 영은 이 세상에서 사라질 일도 없으며,
항상 생명으로 존재하므로 ‘나’를 고집하거나 집착하지 않고 자유롭다.
자연이 겨울에 죽었다 봄에 다시 살아나듯
생령에게도 완전한 소멸은 없다.
그저 생명으로, 세상에 항상 함께 있는 것이다.
지금의 '나'를 놓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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