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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를 시작했다

Shaoli 2019. 6. 13. 16:52


중학교 때부터 잡지를 통해 음식에 칼로리가 있다는 걸 알고는, 심각하게 따져 먹진 않아도 대략적으로 음식 조절을 하다 보니 30 중반이 된 지금까지도 살이 심하게 찐 적 없었다.

갑상선 기능 저하로 많이 먹지 않아도 몸이 붓거나 쉽게 살로 갔지만, (더군다나 한 번 찐 살은 잘 빠지지도 않는다.) 저하증이 있음에도 겉 보기엔 표준 몸무게를 유지해 왔다.

여기에 20대 초반에 취미를 넘어 특기에 가까울 만큼 높은 강도로 6년간 운동한 덕에 붙은 근육들이 나머지 10년의 몸을 지탱해 주는 데 큰몫을 했다.

하지만 더 이상 근육은 몸을 받쳐 주지 않았다. 노화에 따라 뱃살, 옆구리살, 허벅지살은 쉽게 찌고, 몸이 아래로 처지는 게 처음엔 그저 나이 들어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갈수록 생활 전반이 다 처지기 시작하면서 발이 땅으로 꺼져 가는 것 같자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다.

그래서 그동안 나름의 절제와 조절로 살아 왔으나, 난생처음 식단 조절과 운동 병행을 제대로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렇다고 닭가슴살만 먹는 미련한 식단은 아니다. 집에 닭가슴살 없다. 그저 아주 일상적으로, 간소하고 균형 있게.)

유튜브에서 쉽게 검색되는 대표적 트레이너들이 4-5명쯤 있는데, 이들의 운동 강좌를 들으며 나름 자가진단을 하고, 몸의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한 운동을 계획하고 실시한 지 일주일.

처음엔 몸이 과거의 탄탄함과 날렵함을 다 잃어 별로 어렵지 않은 동작도 나무토막처럼 낑낑대며 해야 했다. 체력도 따라주지 않아 이를 악물거나 괴로워하며 했는데, 놀라운 것은 속근육이 아직 살아 있었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그저 흐물하게 처져 있던 뱃살과 옆구리살이 전신운동으로 긴장 주니 바로 스프링이 원상복구되듯 자기 자리를 찾아갔다.

생각보다 빠른 효과에도 놀랐지만, 더 놀란 것은 예전에 다 한 번쯤은 따라해 봤던 운동 동작들이 지금은 온몸의 근육 움직임들이 각각 느껴지면서 동작하는 느낌이 다른 것이었다.

과거는 뭣 모르고 무조건 많이 운동하다 보니 어쩌다 많이 쓰는 부위의 근육이 발달했다면, 지금은 몸의 움직임을 섬세하고 효율적이고 집중적으로 움직여서 몸을 만들고 깎는다는 느낌이었다.

전신운동, 어깨, 등, 허벅지, 엉덩이, 종아리, 승모근 등등의 부위별 운동을 하면서, 같은 근육을 매일 운동하기는 무리니 2-3일 간격으로 다른 부위 운동을 하며 몸의 소리를 들었다.

이렇게 1주일이 지나니 전의 몸 상태로 거의 회복되고, (하지만 이제부터 시작이다.) 또 이전에 운동을 해도 원하는 효과가 나오지 않던 이유도 알게 됐다.

나이 들어 가니 꾸준히 근력과 스트레칭 운동을 해 줘야 몸을 가볍게 하고 삶을 활력 있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아 앞으로 쭉 운동하기로 했다.

그러고 나니 아침에 일어나기도 훨씬 수월하고 발걸음도 가벼워지고, 자세도 펴지고 당당한 느낌이 드는 게 아닌가. (물론 계속 각 부위별 근육통에 시달리고 있다.)

주변 사람들은 미용을 위해 살 빼는 줄 알지만 그건 아니고, 다만 주어진 몸을 건강하게 가꾸고, 떨어지는 체력 끌어 올리고, 건강한 마음과 활력을 유지하기 위해 시작한 운동이다.

좀 더 심도 있게 공부하고 운동을 더 구체적으로 하다 보면 어느 정도 운동 지도도 가능해질 것 같다. (이래서 쌓아 놨던 근육이 주요하다.)

무엇보다 다이어트란 무작정 살 빼는 것이 아니라 절제와 균형을 위한 자기관리이며, 건강한 몸을 만드는 것이 삶 전반을 잘 꾸려 가고 있는 것임을 다시 느낀다.

제때 잠 자기, 충분히 자기, 규칙적으로 식사하기, 적당량 먹기, 과식, 야식 하지 않기, 술 줄이기, 먹을 때 음식에 온전히 집중하기, 먹는 걸로 스트레스 풀지 않도록 잘 관리하기, 마인드 컨트롤 등등은 수도생활에도 필요한 훈련이다.

그러고 보면 영성이나 마음 수련은 몸 수련, 일상 수련과 떨어질 수 없이 함께 간다는 것, 모든 것을 통합적으로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 것, 진정 진리다.

마음이 안정되지 못하면 나쁜 습관이 생기고, 나쁜 습관은 생활을 망치고, 생활 건강은 몸으로 나타나니, 몸의 방치는 마음 안에 무언가에 사로잡혀 있어 현실에서 아직 깨어나지 못한 상태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요점은 ‘살아 있는 것’이란 영과 마음만 사는 것이 아닐 몸도 함께 산다는 것, 수련은 병행해서 나가야 한다는 걸 명심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