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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e
거기 아무 일도 없었다
어린 시절에 많은 일이 있었다고 생각했다. 어린아이를 어린아이답지 못하게 만든 무겁고도 어두운 일들이. 그런데 어느 날 아버지께서 꺼내 보여 주신 가족 사진 속 나는 그저 유쾌하고 발랄한, 아무 일 없다는 듯 장난스레 웃고 있는 여자아이였다. 정말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오히려 옆에 있는 여동생이 무슨 일 있는 듯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돌아보면 여동생이야말로 나처럼 웃던 적이 없는 아이였다. 어쩌면 내 기억 속에 내게 무슨 일이 있었다고 여긴 것들이 사실 아무 일도 아니었던 것 아닐까란 생각이 들자 동생의 무표정함에 대한 미안함도 사그라지고, 점점 세상에 정말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무 일도 없는 세상은, 사진 속 어린아이인 나는, 평화롭기만 하고, 신나기만 했다. 나의 지금 여기도 그처럼..
일상
2019. 4. 15. 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