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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e
새집에 처음으로 누군가 며칠 머물다 갔다. 평소 관리인이나 친구, 설치기사 등이 올 때에도 하임(고양이)이는 낯가리지 않고 궁금한 대로 다가가더니, 동생이 장시간 떠나지 않고 눌러앉자 매우 당황했다. 동생이 쓰는 방을 거실에서 항시 주시하고, 이따금씩 방 앞으로 가서 지키기도 했다. 동생이 자기 영역을 침범한 것이 너무 긴장된 나머지 잠도 거의 제대로 자지 못한 채 빵 굽는 자세만 유지했다. 덕분에 나는 한 시간마다 우는 소리에 계속 깨고, 동생은 귀마개 하고 잤지만 방해받는 건 마찬가지였다. 동생이 3일 지내고 떠난 뒤에야 하임이는 긴장 풀고 처음으로 발 뻗고 잤다. 그러고도 며칠 동안 혹시 그 방에서 동생이 나타날까 봐 경계하는 눈치였다. 그래도 동생이 있을 때 나는 옆집 소리가 들려도 신경쓰이지 않..
어린 시절에 많은 일이 있었다고 생각했다. 어린아이를 어린아이답지 못하게 만든 무겁고도 어두운 일들이. 그런데 어느 날 아버지께서 꺼내 보여 주신 가족 사진 속 나는 그저 유쾌하고 발랄한, 아무 일 없다는 듯 장난스레 웃고 있는 여자아이였다. 정말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오히려 옆에 있는 여동생이 무슨 일 있는 듯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돌아보면 여동생이야말로 나처럼 웃던 적이 없는 아이였다. 어쩌면 내 기억 속에 내게 무슨 일이 있었다고 여긴 것들이 사실 아무 일도 아니었던 것 아닐까란 생각이 들자 동생의 무표정함에 대한 미안함도 사그라지고, 점점 세상에 정말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무 일도 없는 세상은, 사진 속 어린아이인 나는, 평화롭기만 하고, 신나기만 했다. 나의 지금 여기도 그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