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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e

해가 넘어가기 전에 집에 갈 시간이 생겨서 다녀왔다.몇 달 만에 뵌 아버지는 얼굴색이 나쁘지 않아 보였지만 어쩐지 핏기가 없어 보였다.돌아가는 길에서야 아버지 피부색이 간경화 때문에 자연스러워 보이지 않았던 듯했다.남동생과 좀 걷다가 헤어졌는데, 나를 잘 보내주려는 모습에 금방 눈시울이 뜨거워져 웃으면서 눈물을 훔쳤다.이젠 나를 원망하지 않는데다 내 길을 존중해 주고 이해해 주는 모습이 고마웠고,서른 살 답게 자신을 돌보고 책임 져 가는 법을 배우고 있는 게 안쓰럽고 기특도 해서.무엇보다 나를 가만히 보며 "제제, 진짜 오랜만에 보네."라는 마주봄의 여유도 가질 줄 알게 돼서.내 상반신보다 더 큰 인형을 줬는데 도무지 버스 타고 이동할 수 없을 것 같아"다음에 네가 데려다 줘."라고 던져 본 말에 "응...
새집에 처음으로 누군가 며칠 머물다 갔다. 평소 관리인이나 친구, 설치기사 등이 올 때에도 하임(고양이)이는 낯가리지 않고 궁금한 대로 다가가더니, 동생이 장시간 떠나지 않고 눌러앉자 매우 당황했다. 동생이 쓰는 방을 거실에서 항시 주시하고, 이따금씩 방 앞으로 가서 지키기도 했다. 동생이 자기 영역을 침범한 것이 너무 긴장된 나머지 잠도 거의 제대로 자지 못한 채 빵 굽는 자세만 유지했다. 덕분에 나는 한 시간마다 우는 소리에 계속 깨고, 동생은 귀마개 하고 잤지만 방해받는 건 마찬가지였다. 동생이 3일 지내고 떠난 뒤에야 하임이는 긴장 풀고 처음으로 발 뻗고 잤다. 그러고도 며칠 동안 혹시 그 방에서 동생이 나타날까 봐 경계하는 눈치였다. 그래도 동생이 있을 때 나는 옆집 소리가 들려도 신경쓰이지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