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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e

종강하고 처음 맞는 한가한 토요일이었다. 온종일 잔 것도 모자라 오후에 또 잤다. 꿈에서 내내 수업이 이어졌고 장소는 명동성당 맞은편에 있는 빕스 건물이었다. 쉬는 시간에 갑자기 뭐가 떠올라 명동성당 앞에 있는 정자(실제로는 정자가 없다)에 가서 무언가를 확인하러 갔다. 그런데 저녁에다 그곳이 너무 어둡고 노숙인 같은 분 몇이 쉬고 있어 가기를 그만두고 돌아왔다. 이어진 수업에 교수님은 내게 동영상이 보이는 아이패드 만한 상자를 주어서 봤더니 그 안에 내 중고교 여자 동창 둘이 한적한 시골 동네에서 둘이 만나 어디론가 가고 있는 장면이었다. 나는 이들을 보고 교수님에게 "얘네 둘이 제 동창이에요."라고 했다. 그 둘 중 하나는 누군지 잘 모르지만 하나는 내가 좋아하던 남학생과 사귀다가 맞아서 크게 다친 ..
매일매일 시간은 아쉽게 지나가고, 나는 하루하루 나이 들어 간다. 밤마다 피곤에 지쳐서 더 이상 깨 있을 수 없을 때 잠자리에 누우면서 눈도 뜨지 못하는 상태로 아쉽게 하루와 안녕한다. 오늘도 고마워, 내일도 일어나면 잘 살게. 그러고도 잠들기가 아쉬워서 얼마간 정신은 깨 있다. 사실 잠들기가 아쉬워... 잠들기가 아쉬워... 어쩌면 아기들이 의식과 무의식이 생겨나기 시작할 때, 처음엔 꿈과 현실을 구분 못하지만, 의식이 자랄수록 잠들었을 때의 무의식 상태가 홀로 남겨진 것 같은 두려움이어서 잠자기 전에 그렇게 우는 걸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자고 싶지 않은데 졸리고, 잠들면 혼자인데다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상태가 되니 본능적으로 그렇게 우는 게 아닐까.어쨌든 나도 요즘 하루의 끝을 놓으며 잠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