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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e
아직 다 울지 않았는데 예수님이 부활하셨단다. 먹던 것을 채 소화하지 못했는데 갑자기 위 속이 비어 버린 것 같은 이 이상한 기분은 뭘까. 해마다 오는 고난주간과 곧 이어지는 부활이 이렇게 형식적일 수 있을까 싶었다. 난 사실 아직 교회에서 예수의 십자가도 보지 못했고 닫힌 무덤과 열린 빈 무덤도 보지 못했다. 개신교회는 이렇게 고난의 둘레에다 울타리 쳐 놓고, 그 밖에서 저만치 떨어져 고난과 부활의 신비를 구경하게 하는 데 그친다. 누구도 고난에 대한, 부활에 대한 신앙체험이 없는지, 강단에서는 이론적이고 당위적인, 책 펼쳐 보면 볼 수 있는 이야기들만 짧게 선포하고 끝났다. 그 뒤를 채운 건 칸타타 3-4곡이었다. 물론 부활을 아무리 설교해도 신비는 열린 자에게만 들리고 인간적 방법으로 부활을 와닿게..

인간 안에 있는 시스템 중 그가 살 의지가 있는 한 반드시 작동되는 것이 기사회생이다. 모든 신앙체험은 자신이 죽을 것 같을 때, 또는 죽었다고 할 수 있는 상태에서 극에 달했을 때 완전한 어둠에서 완전한 빛으로 전복되는 체험이 일어난다. 개신교인 중에 이러한 체험으로 하나님의 무한한 사랑을 느끼고 조금도 의심 없이 하나님이 자신을, 우리를 사랑하신다고 고백하는 이들이 있는데, 그들 얼굴에서 발하는 빛은 대개 이런 체험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하나님을 만날 수 있죠?"라고 묻는다면 그 답은 언제나 '일단 자기가 죽어야 한다'이다. 꼭 고통을 겪어야만 하나님을 만나는 것은 물론 아니다. 하나님은 항상 여기에 계시고 한결같이 사랑하신다. 다만 우리의 지향과 마음과 눈이 어디에 있냐에 따라 신앙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