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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e

어디서 본 글이었는지 기억이 안 나지만, 사실 에덴동산에서 선악과를 먹어 선악을 분별할 줄 알게 된 건 분별력 없는 아기였던 우리가 성장함에 따라 세상과 사물에 대한 인식이 깨었다는 의미라고 했다. 그리하여 더 이상 에덴동산에서만 사는 것이 아니라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는 필연적 성장 과정이 에덴에서의 쫓겨남으로 표현되고, 이로써 인간은 더 자율적이고 주체적으로 자기 삶을 개척하며 자기 자신이 되어 가는 길을 걷게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에덴동산은 아기였던 때 엄마 품에서 먹고 자고 아무 근심없이 전적인 돌봄을 받던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돌봄 속에서 만족도가 높은 아기가 있는 반면 제대로 또는 적절한 돌봄을 받지 못한 아기도 있다. 말 못하고 세상을 모르며 오직 자기 세계 안에서 자..
"Jae, 사실 난 한 사람이랑 쭉 같이 살 자신이 없어." Jae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그런 생각은 평생 한 번도 안 해 본 듯 "뭐? ...그럼?"이라고 물었다. "여러 사람과 결혼하고 싶다는 뜻이 아니라, 난 그렇게 쭉 같은 생활을 할 자신이 없어. 살다 보면 또 다른 세계에 눈뜰 수 있잖아. 그럼 난 분명 살다가 다른 삶을 살고 싶어질거야. 그렇다고 남편한테 떠나겠다고 할 수 없고. 전에 담임목사님이 나한테 결혼을 안 하는 거냐고 물으실 때 내가 뭐랬냐면, 나랑 결혼하는 남자가 불쌍하다고 했어." 주변을 보면 사람들은 모두 진작부터 자기 짝을 찾아서 정해진 삶을 함께 이어 가고 있었다. 나는 늘 그게 가능할 수 있는 이유가 궁금했다. 처음부터 자신을 둘러싼 세계가 너무 확고해서, 그 안에 뿌리를 ..
2019년, 지금의 한국 개신교 예장 통합측 교회를 섬기는 전도사이지만, 종교를 넘어서 하느님(여기서 개신교의 하나님만을 뜻하지 않는 의미에서 사전적으로 올바른 표기인 하느님을 쓰겠다.)을 만난 사람으로서 내리게 된 종교의 정의는 '하느님과의 관계 경험을 말하는 하나의 언어'다.하느님은 개신교에만 계시지 않고 가톨릭이나 정교회, 성공회를 비롯한 그리스도교 밖, 다른 고등종교뿐 아니라 종교가 없는 모든 사람들에게도 계시다는 전제에서, 각 종교는 '하느님', 그러니까 그리스도교에서 말하는 특정 유일신이 아닌 인류 모두의 보편 '신'과 일어난 경험, 즉 관계에서 표현하고 설명하기 위한 하나의 언어라는 것이다.예컨대 나는 그리스도교의 성경을 오래 접했고 그 안의 말씀들을 통해서 나의 인격 신을 만나고 교제했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