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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e

붕괴될 것 같은 불안이 커지면서 분석 회기를 주 1회에서 2회로 늘렸다. 다행히 주말 사역을 하고 있어서 돈이 모자라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돈 쓰기 넉넉한 형편도 아니라 맘이 무거워졌다. 그래도 2회로 늘린 뒤로 훨씬 많은 안정감이 생겼고, 홀로 일주일을 버티지 않고 길어야 4일을 버티면 됐기 때문이다. 화요일에 분석이 끝나면 이틀 뒤가 더 있다는 것에 괜히 어린아이의 행복을 느끼기도 했다. 도무지 엄마와 함께할 시간을 얻기 힘든 아이가 "엄마가 나를 한 번 더 봐 주기로 했어요."라며 기뻐하는 모습이 그려지곤 했다. 하지만 동시에 일상에서 느닷없이 오후부터 피곤이 쏟아져 눈 뜨기가 힘들고 집중할 힘이 없었다. 퇴근하면 집에 가서 저녁도 먹지 않고 잠부터 자야겠다고 작정할 정도로 피곤했고, 저녁 8시부터..
내가 경험한 불가항력적인 가장 강력한 방어기제는 잠이다. 일어나는 상황들을 내가 어찌할 수 없고 사람들을 내가 어떻게 해 줄 수 없을 때, 그리고 거기서 불화와 갈등이 계속되기만 할 때 나는 깨어날 수 없는 잠 속으로 삼켜지듯 잠을 잔다. 그건 내 무능력함에 대한 큰 저항일 수도 있고, 마주하고 싶지 않은 현실을 회피하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다. 내 의지보다 더 앞서는 이 방어에 대해 고민하자 선생님은 어린아이들도 힘들면 잠을 잔다고 하셨다. 잔다는 건 결국 갓난아기 때나 자궁 속에서 외부세계에 대한 의식이 거의 없던 태아 때로 퇴행하는 상태 같았다. 잠으로 빠지지 않으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냐는 물음에 선생님은 용기를 내 보는 게 어떻겠냐고 하셨다. 그 한마디에 나는 그제서야 그 전 오랜 잠에서 깨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