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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테리 현상의 심리 기제에 대하여 - <히스테리 연구>, 브로이어&프로이트 본문
히스테리의 정신 병리를 결정하는 데 외부적 사건이 큰 작용을 한다.
외상성 히스테리의 경우 분명히 특정 사건들이 증세를 야기한다.
매우 다양한 종류의 신경통과 신경마비 경직과 마비, 히스테리 발작, 간질성 경련, 간질 소발작과 틱의 성질을 띠는 장애들, 만성 구토와 거식증, 여러 형태의 시각 장애,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시각적 환영 등이다.
우리가 외상에 의한 신경증 환자들을 보면, 히스테리 증상이 수년간 지속되는 데 반해, 증상들을 유발한 사건은 단지 한 번밖에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을 보게 된다. 유발 사건은 어린 시절에 경험한 사건인 경우가 많은데 이런 사건들이 심한 증세들을 촉발하고 그 증세를 수년간 지속시킨다.
촉발 원인과 병리 현상 간에 단지 '상징적' 관계라고 할 수 있는 것만 존재할 수 있다. 이러한 관계는 건강한 사람들도 꿈을 꾸는 동안에 나타난다. 이러한 '상징적 연결'의 예로서는 정신적 고통을 겪은 후에 신경통이 따른다든지, 도덕적 혐오감을 느낀 후에 구토가 따른다든지 하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외상성 신경증에서 작용한 원인은 사소한 신체적 손상이 아니라 두려움이라는 감정, 즉 심리적 외상이다. 부정적 정서-공포감, 불안, 창피함 혹은 신체적 고통 따위-를 불러일으키는 경험이라면 어떤 것이든지 간에 이러한 종류의 외상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리고 실제로 그 경험이 외상으로 작용하느냐 마느냐는 당연히 당하는 개인의 취약성에 달렸다.
일반 히스테리에서는 하나의 큰 외상 대신에 여러 개의 크고 작은 외상을 발견하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즉, 하나의 외상 집단이 히스테리의 원인이 되는 경우를 말한다. 이 외상들은 그 전체가 모두 하나로 집적된 후에라야 비로소 외상으로서 작용하는 것이다. 외상의 하나하나는 병력의 한 요소가 되고 이는 다시 장애 전체를 구성하게 된다. 또 어떤 사례에서는 그 자체만으로는 아무것도 아닌 상황이었는데, 이것이 근본적으로 병의 원인이 될 수 있는 힘을 가진 사건과 결합하거나 혹은 특히 자극에 민감해져 있는 시기에 부딪히게 되면 생각지도 않은 외상으로서의 위력을 가지게 되고, 그 위력이 계속 유지되는 경우도 있다.
심리적 외상은 이물질의 형태로 존재하고, 이 이물질은 한번 침투하면 멈추지 않고 오랫동안 원동력으로서 작용한다.
환자가 히스테리의 원인이 되는 사건을 다시 완전하게 기억해 내고 동시에 그 기억에 얽혀 있는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데 성공하면, 그리고 환자가 그 사건에 대하여 가능한 한 상세하게 진술하고 감정들을 말로 표현하게 된다면, 개개의 히스테리 증상은 곧 소멸되고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는다.
이 치료법에서는 회상에 감정이 개입되지 않으면 대체로 전혀 효과가 없다.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의 심리적 과정이 가능한 한 생생하게 재생되어야만 성공을 거둘 수가 있는 것이다. 즉, '발생 당시의 상태' 그대로 거슬러 올라가서 그것이 '언어로 표현되어야만'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극 증상인 경련, 신경통, 환각 등이 신체적으로 나타나는 경우에는 처음 발생 당시의 사애가 재생될 때, 그때처럼 강렬하게 다시 한번 그 증상들이 나타나고 그 후에는 영원히 소멸된다. 기능 장애 및 근육 마비, 신경 마비 또한 마찬가지로 같은 치료법을 쓰면 증상이 소멸된다.
히스테리 환자의 대부분은 무의식적 기억으로 인해 괴로워하고 있다.
히스테리 현상을 일으키는 기억들은 그 환자의 다른 기억들과는 달리 환자가 어찌해 볼 도리가 없다.
충분한 소산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는 적어도 두 가지 조건을 생각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외상의 특성상 환자가 심리적 외상에 반응하지 못한 경우다. 예를 들어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는데, 결코 돌이킬 수 없는 경우라든지 사회적인 상황이 반응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든지 환자가 그냥 잊고 싶어했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의식적 사고로부터 억압되어 억눌려지고 억제된 경우들이다. (이러한 히스테리 현상의 예로, 성자나 수녀, 품행이 단정한 부인, 예의범절 교육이 잘된 아이들에서 보는 히스테리성 착란을 들 수 있다.)
두 번째는 기억의 내용이 해당 사건을 경험할 당시 환자의 '심리 상태'에 의해 규정된다. 그 사건이 예를 들어 공포와 같은 온몸을 얼어붙게 하는 극한 정서에 처했을 때 일어났기 때문에, 혹은 공상이나 자기 최면 따위가 막 깨려는 반최면 상태 따위에서 일어났기 때문에 없어지지 않고 계속 남아 있게 된 것들이 있다.
물론 두 가지 조건은 한꺼번에 존재할 수 있다. 공통점은 어떠한 조건 하에서건 반응에 의해 해결되지 못한 정신적 외상은 연상이라는 작업으로도 해결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병을 유발하게 되는 관념들은 억압되지 않은 연상 때의 재생과 소산을 통해 정상적으로 바래어지는 과정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그처럼 생생하고 강한 감정을 그대로 유지한 채로 지속된다고 말할 수 있다.
'이중 의식'의 형태로 매우 현저하게 나타나는 의식의 분열은 실은 모든 히스테리에 원형적인 형태로 존재한다. 그리고 그러한 의식 분열 혹은 의식 분열을 동반한 비정상적인 의식 상태(유최면 상태)가 나타나는 성향이 바로 히스테리라는 신경증의 기본 현상이다.
히스테리의 기초와 필수 조건은 유최면 상태의 존재다. 아무리 서로 다른 면에서 차이가 나더라도 이 유최면 상태들 간에는, 또 유최면 상태와 최면 간에는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그들 상태에서 떠오른 심상들이 매우 강하긴 하지만 나머지 의식 내용과의 연상적 연결이 끊겨 있다는 사실이다. 연상은 유최면 상태들 간에 일어날 수 있고 그 관념적 내용이 이런 식으로 다소 높은 정도의 심리적 체계화를 이룩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이런 유최면 상태가 병세가 보이기 전에 이미 존재한다면 이 상태는 감정이 병을 유발할 기억에 신체 증상을 심게 되는 토양이 된다. 이것이 바로 소질성 히스테리에 해당한다. 심한 외상이나 힘을 많이 들인 억제(예를 들어 성적 감정의 억제)가 아무 장애가 없는 사람들에게서조차도 심상들의 분열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심리적으로 비롯된 히스테리의 기제일 것이다. 이러한 두 양극단의 히스테리들 사이에는 의식이 분열되는 경향의 정도와 외상에 얽힌 감정의 강도에 따라 일련의 사례들이 차례로 위치하고 있다.
우리는 소질성 유최면 상태의 근원에 관해서 모르고 있었던 어떤 새로운 것을 말할 수는 없다. 단지 건강한 사람들에도 잘 나타나는 백일몽에서 발전하는 수가 많으며, 바느질이나 그 외의 유사한 일을 할 때 여성들이 특히 걸리기 쉬운 것 같다. 이 유최면 상태에서 일어나는 '병적 연상'은 왜 그토록 견고하며 관념보다도 더 많은 영향을 신체 과정에 미치는가?
"히스테리는 일종의 정신병이다"라는 전문가의 공식 견해와 "히스테리 환자 중에는 매우 명석한 지성과 강한 의지력, 훌륭한 인격, 그리고 뛰어난 비판력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는 환자들의 이 특성은 그들의 정상적 사고에 해당되며, 유최면 상태에서는 미쳐서 비상식적으로 되는 것이다. 유최면 상태의 산물은 히스테리 증상의 형태로 일상생활에 침입한다.
샤르코에 따르면 전체 히스테리는 다음 네 가지 단계로 구분지을 수 있다. 즉 (1) 유사 간질 단계 (2) 대운동 단계 (3) 격정적 태도 단계(환각 단계) (4) 말기적 섬당 단계들로 구분된다.
이 히스테리 발작의 형태들이 모두 완전하게 갖추어져서 나타나는 경우는 '대발작'이라 한다.
어떤 종류의 발작은 운동성 현상만 보이고 '격정적 태도' 단계는 빠져 있는 듯 보인다. 이 경우에도 역시 단일의 심적 외상이나 여러 개의 심정 외상에 대한 기억이 근저에 존재한다. 이러한 기억은 보통 때에는 근저에 숨어 있다가 환각 단계 때에야 뚜렷이 보인다.
히스테리 발작의 근저에 있는 기억은 소산이나 연상적 사고 작용으로 제거되지 못한 심적 외상에 관한 것이다. 이 기억들은 정상적 의식 상태에서 기억하려 해도 전혀 기억할 수 없든지 혹은 그 본질적인 요소를 기억해 낼 수가 없으며, 연상이 통제되는 유최면 상태의 심상 내용물이다.
마지막 공통점으로는, 둘 다 모두 치료적 검사가 적용된다는 점이다. 그때까지 발작을 일으킨 기억도 최면 중에 반응 과정과 연상에 의한 정정 과정을 거친 다음에는 발작을 일으키지 않게 되었다.
히스테리에는 유최면 상태에서 생기는 관념군이 존재하는데, 이들 관념군은 다른 관념과의 연상적 연결이 끊겼고, 단지 자기네들끼리의 연상만이 가능할 뿐이다. 그리하여 이 관념군은 다소간 잘 조직화된 제2차 의식의 원형을 형성한다. 만성 히스테리 증상이란 이 제2차 상태가 보통은 정상 의식의 통제권에 있는 신경의 신체 지배로 침입한 것에 해당한다. 그에 비해, 히스테리성 발작은 이 제2차 상태가 더 잘 조직된 체계라는 증거다. 히스테리 발작이 처음으로 나타났을 때, 그 순간은 바로 유최면 의식이 그 개이느이 전 존재를 지배하기 시작한 순간이다. 발작 동안에는 신체의 신경 전체의 지배권이 유최면 의식으로 넘어간다. 정상 의식은 발작 동안의 운동 현상을 의식하고 있다. 그러나 그 운동 현상에 얽힌 심리적 사건은 인지하지 못한다.
중증 히스테리의 전형적인 진행 과정은 다음과 같다. 처음에 유최면 상태 동안에 관념의 내용이 형성되고, 이것이 충분히 발전하여 신체의 신경 지배 통제권을 얻게 되고, 환자 전체에 대한 지배권을 얻게 되는데, 이것이 '급성 히스테리'의 기간이다. 그리고 만성 증상과 발작을 일으킨다. 그런 뒤 후유증을 남긴 채 발작과 증상들이 없어진다. 정상적 인격이 또다시 지배권을 가지게 되더라도 유최면 상태의 심상 내용 중 남아 있는 것들이 히스테리 발작 시에 다시 나타나고, 환자를 외상에 의해 쉽게 영향받을 수 있는 상태에 가끔 빠뜨린다. 그런 뒤 두 심적 상태 간에 예전대로 균형 상태를 회복해서 하나의 인간 속에서 합쳐진다. 즉, 히스테리 발작과 정상 생활이 서로 방해하지 않고 나란히 자리잡게 된다.
정상인에게는 기억이 저절로 떠오르듯이 발작도 저절로 생긴다. 그리고 연상의 법칙에 따라 기억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발작도 불러일으키는 것이 가능하다. 발작을 일으키려면, '히스테리를 일으키는 부분'을 자극하든지 병인이 되는 경험과 유사한 새로운 경험을 하면 된다. 두 결정 요인 모두에서 감각이 넘치는 기억이 건드려진다.
그러나 이러한 균형이 매우 불안정한 경우도 있다. 즉, 정상적 인격이 지치고 무기력해지기만 하면 발작이 일어나 유최면 의식의 잔여물을 나타내 보인다. 여기서, 발작이 그 원래 의미를 상실했기에 내용물이 없어 운동 반응의 형태로서만 되풀이되어 나타나고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치료법은 억제된 감정이 말을 통해 빠져나가도록 함으로써 처음에 소산되지 않은 심사으이 작용력을 제거한다. 또한 심상을 (가벼운 최면 상태에서) 정상 의식으로 끌어들이거나 의사의 암시를 통해 제거함으로써 (기억 상실을 수반한 몽유병 상태에서 그러하듯) 연상적 정정을 가능케 한다.
물론 소질 탓인 히스테리를 완치할 수 없다. 또한 유최면 상태가 재발할 때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할 수 없다. 게다가 급성 히스테리의 생산기 동안에는 우리의 치료 절차로 그토록 공을 들여 제거했던 현상이 곧 새로운 현상으로 대치되는 것을 막을 방도가 없다. 그러나 일단 이 급성기가 지나면 만성 증상이나 발작의 형태로 남은 잔여물을 우리의 치료법으로 제거할 수 있으며, 영구히 사라지게 할 수 있다.
출처 : 프로이트 전집, <히스테리 연구>, 열린책들,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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