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수도생활 (2)
Zoe

2019년 마지막 회식을 마치고 얼른 집에 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사람들 먼저 보내고 계산하려고 서 있는데, 손님 하나 없으니 한 잔만 더 하고 가라고 사장님이 잡으셔서 하는 수 없이 이 집과 평소에 잘 지내던 직원들을 다시 불러 왔다. 본의 아닌 2차를 시작하는 자리에서 사장님 이야기를 들어 드릴 때가 왔다고 마음 준비하고 있던 순간, TV에서 카르투시오 수도원을 찍은 다큐 이 시작되고 있었다. 다행히 그 자리에 있는 분들이 다 가톨릭 신자라 적당히 경건한 가운데 대화하며 TV에 나름 집중할 수 있었다. 신학교 다닐 때 본 은 당시 성소를 간절히 찾으며 하느님과 연합하고자 하는 마음만 일상을 잡던 때라 몇 번을 보아도 그 침묵에 울고 또 흐뭇해 하던 프랑스 편 카르투시오 수도생활을 담은 다큐다. 그리..
중학교 때부터 잡지를 통해 음식에 칼로리가 있다는 걸 알고는, 심각하게 따져 먹진 않아도 대략적으로 음식 조절을 하다 보니 30 중반이 된 지금까지도 살이 심하게 찐 적 없었다. 갑상선 기능 저하로 많이 먹지 않아도 몸이 붓거나 쉽게 살로 갔지만, (더군다나 한 번 찐 살은 잘 빠지지도 않는다.) 저하증이 있음에도 겉 보기엔 표준 몸무게를 유지해 왔다. 여기에 20대 초반에 취미를 넘어 특기에 가까울 만큼 높은 강도로 6년간 운동한 덕에 붙은 근육들이 나머지 10년의 몸을 지탱해 주는 데 큰몫을 했다. 하지만 더 이상 근육은 몸을 받쳐 주지 않았다. 노화에 따라 뱃살, 옆구리살, 허벅지살은 쉽게 찌고, 몸이 아래로 처지는 게 처음엔 그저 나이 들어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갈수록 생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