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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e
얼마 전 옛날 영화 과 를 보니, 한때의 사랑일지라도 사랑하는 사람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하고 행복했다. 종교는 지복을 얻는 길을 열어 주지만 누릴 만큼 누렸던 나에겐 오히려 현실로 돌아가는 다리가 제대로 준비되지 못해 고생이었다. 현실로 잘 돌아올 수 있으려면 모든 현실적인 것들에 대한 사랑이 있어야 했다. 그리고 그 사랑이 나를 불러주어야 넘어갈 용기가 생기는 것이었다. 더 이상 종교에만 기대지 않는 삶에서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종종 스스로에게 묻는다. 그리고 답은 조용히 말한다. 사랑을 키워 가는 것, 무엇이든, 누구든, 사랑을 넓혀 나가는 것. 그게 무어냐고 또 물으면, 결국엔 기쁨을 함께하고, 슬픔을 함께할 수 있는 이가 되는 것이더라. 세상에 사랑할 이가 얼마나 많고, 사랑할 것들이..
내가 경험한 불가항력적인 가장 강력한 방어기제는 잠이다. 일어나는 상황들을 내가 어찌할 수 없고 사람들을 내가 어떻게 해 줄 수 없을 때, 그리고 거기서 불화와 갈등이 계속되기만 할 때 나는 깨어날 수 없는 잠 속으로 삼켜지듯 잠을 잔다. 그건 내 무능력함에 대한 큰 저항일 수도 있고, 마주하고 싶지 않은 현실을 회피하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다. 내 의지보다 더 앞서는 이 방어에 대해 고민하자 선생님은 어린아이들도 힘들면 잠을 잔다고 하셨다. 잔다는 건 결국 갓난아기 때나 자궁 속에서 외부세계에 대한 의식이 거의 없던 태아 때로 퇴행하는 상태 같았다. 잠으로 빠지지 않으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냐는 물음에 선생님은 용기를 내 보는 게 어떻겠냐고 하셨다. 그 한마디에 나는 그제서야 그 전 오랜 잠에서 깨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