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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성, 여성성=이다(BEING), 남성성=하다(DOING) - 도날드 위니캇, <놀이와 현실> 본문
제5장
개인이 삶을 살 만한 가치가 있다고 느끼게 만드는 것은 무엇보다도 창조적인 통각이다.(여기에서 말하는 통각이란 전체 인격이 참여하는 경험적인 깨달음을 뜻한다. 통각(apperception)과 달리 지각(perception)은 방어적인 형태의 지적 활동을 지칭한다.)
순응은 개인에게 헛된 느낌을 가져다 주고, 중요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과 삶은 살 만한 가치가 없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우리의 이론은 창조적인 삶이 건강한 상태이고, 순응은 병적인 삶의 기초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우리가 건강과 분열적 상태 또는 건강과 중증 정신분열 사이에 임상적으로 완전히 구분짓는 선을 긋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분열성 인격을 가진 사람들은 무언가 잘못되었고 인격 안에 해리가 있다는 감각을 가지고 있으며, 단위상태 또는 시공 통합의 상태, 즉 해리의 요소들이 여러 뭉치로 나뉘어져 존재하거나 여기저기 흩어져 널려 있는 게 아니라 모든 것을 담고 있는 하나의 자아의 상태에 도달하기 위하여 도움받기를 원한다.
내가 여기에서 관심하는 창조성은 보편적인 것이다. 그것은 살아 있음으로 존재하는 것에 속한다. 이 창조성은 외적 실재에 대한 개인의 접근에 속하는 것이다. 그는 공동체 안에서 살아가며 삶에 참여하는 인격이 될 수 있는 능력과 지능을 지녔다고 가정할 때, 그가 병들거나 그의 창조 과정을 숨막히게 하는 지속적인 환경 요소에 의해 방해받지 않는 한, 그에게 발생하는 모든 것은 창조적이다.
창조적 삶을 위한 인간의 능력은 가장 극단적인 순응과 거짓인격이 형성된 경우에도 완전히 파괴될 수 없으며, 어디엔가 숨겨진 곳에서 그 사람에게 창조적이고 본래적이기 때문에 만족스러운 비밀의 삶이 존재한다.
만약 의존이 정말로 의존을 의미한다면, 한 아기의 역사는 아기만의 관점에서 쓰여져서는 안 된다. 그것은 의존의 필요에 부응하느냐 아니면 실패하느냐라는 환경의 제공과 관련해서 쓰여져야만 한다.
"주관적 대상"은 점진적으로 객관적으로 지각된 대상들과 관계 맺는다. 그러나 이것은 충분히 좋은 환경의 제공 또는 기대할 수 있는 보통의 환경이 아기로 하여금 아기의 특권에 속하는 특정한 방식으로 광증에 빠질 수 있게 해 줄 수 있을 때에만 발생한다. (여기서 광증은 아기가 경험하는 전능환상을 말한다.) 이 역설은 아기가 대상을 창조하지만, 그 대상이 이미 거기에 있지 않으면 창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한다.
개인들이 창조적으로 살며 인생을 살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느끼든지 아니면 창조적으로 살지 못하고 삶의 가치에 대해서 의심하든지 두 가지 중 하나에 속해 있다. 이러한 차이는 그 시작에서 또는 아기의 삶의 경험의 초기 단계에서 부여받은 환경 제공의 질과 양에 직접적으로 관계돼 있다.
창조성이 남자와 여자의 공통분모 중의 하나지만, 창조성은 여자의 특권이요, 그것은 남성적인 특징이다.
남성적 요소는 적극적 관계맺기 또는 수동적 관계맺기와 관련 있으며 이것들은 각각 본능에 의해 지지를 받는다.
순수한 여성적 요소는 아기가 젖가슴(또는 엄마)이 된다는 의미에서, 대상과 주체가 동일한 상태라는 의미에서, 젖가슴(또는 엄마)과 관계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본능 욕동의 요소를 찾아볼 수 없다.
주관적 대상 경험은 객관적 주체의 경험을 예비한다.
존재한다는 느낌 안에서 갖는 이 관계맺음을 기반으로 삼지 않고서는 어떤 자기느낌도 있을 수 없다. 이 존재감은 "하나로 연합되어 있다"는 생각보다 앞서 있는 그 무엇이다. 아기와 대상은 하나다.
아기의 성장 과정에서 자아가 조직화되기 시작하면서, 순수 여성적 요소의 대상관계는 모든 경험들 중에 가장 단순한 형태의 경험인, 존재하고 있음의 경험을 구성한다. 이것은 남성들과 여성들 모두에게 있는 여성적 요소의 문제다.
이와 대조적으로, 남성적 요소의 대상관계는 분리를 전제로 한다. 자아 구조가 형성되자마자 아기는 대상에게 나-아닌 또는 분리된 존재의 성질을 부여하며 좌절에 따르는 분노를 포함한 본능의 만족을 경험한다. 욕동 만족은 대상이 아기로부터 분리되는 것을 촉진시키며 대상은 객관화로 인도한다.
그러나 여성적 요소에 속하는 동일성(identity)은 정신구조를 거의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아주 초기부터 이 일차적 동일성이 거기에 존재하는 것으로 드러난다. 이 동일성이야말로 존재할 수 있는 능력의 기초다.
남녀 모두에게 있는 이 여성적 요소는 "이다"인 반면 남성적 요소는 "하다"이다.
혼합되지 않은 순수한 여성적 요소는 우리를 존재(BEING)로 인도한다. 이것은 자기 발견과 존재한다는 느낌을 위한 유일한 기초를 형성한다.
"존재함이 먼저 오고 그 뒤에 행함과 행해짐이 온다. 먼저는 존재함이다."
출처 : <놀이와 현실>, 도날드 위니캇, 한국심리치료연구소, 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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