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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적인 꿈들 : 벌거벗고 당황하는 꿈 - <꿈의 해석>, 프로이트 본문

정신분석 글

전형적인 꿈들 : 벌거벗고 당황하는 꿈 - <꿈의 해석>, 프로이트

Shaoli 2019. 8. 31. 11:13

 

(1) 벌거벗고 당황하는 꿈

낯선 사람들 앞에서 옷을 벗거나 흐트러진 옷차림을 하고 있는 꿈은, 그러면서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는 등의 부수적인 느낌을 수반하기도 한다.

벌거벗은 꿈은 꿈에서 수치심과 당혹감을 느끼고 도망치거나 숨으려 하지만, 실제로 저지당한 것처럼 꼼짝도 할 수 없으며 난처한 상황을 변화시킬 수 없다고 느끼는 경우에만 우리의 관심을 끈다. ... 대개 그 자리를 벗어나 벌거벗은 몸을 숨기려 하지만, 끝내 뜻을 이루지 못해 느끼는 수치스러운 성격의 곤혹스러운 느낌이 근본적으로 문제된다.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상대방은 거의 언제나 분명치 않은 침착한 표정의 낯선 사람들이다. 전형적인 꿈에서는 당혹스러운 옷차림이 상대방의 눈에 띄거나 그 때문에 비난받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정반대로 사람들은 무관심하거나, 아니면 내가 유난히 뚜렷한 어떤 꿈에서 인지할 수 있었던 것처럼 엄숙하고 굳은 표정을 하고 있다. 

내가 신경증 환자들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그러한 꿈들이 등장하는 전후 관계는 유년 시절의 기억이 꿈의 토대를 이루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알려 준다. 우리가 옷을 다 입지 않고도 가족과 보모, 하녀와 방문객들 앞에 나설 수 있는 때는 오로지 유년 시절뿐이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많은 아이의 경우 나이를 좀 더 먹어서도 옷을 벗으면 수치심을 느끼는 대신 열광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그들은 웃으며 뛰어 돌아다니고 자기 몸을 두드린다. 어린이들은 자주 노출욕을 드러낸다.

신경증 환자들의 어린 시절에서는 성별이 다른 어린이 앞에서 옷을 벗는 것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편집증의 경우 옷을 입고 벗을 때 누군가 엿본다는 망상은 그런 체험에 원인이 있다. 성도착증에 걸린 사람들 중에는 유아적 충동이 증상으로 나타난 부류, 즉 '노출증이 걸린 부류'가 있다.

수치심을 모르는 어린 시절은 훗날 되돌아보면 낙원처럼 보인다. 낙원은 개개인의 어린 시절에 대한 집단적 환상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낙원에서 벌거벗고 있으며, 그러면서도 서로에게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그러다 이윽고 수치심과 두려움이 눈을 뜨는 순간이 오고, 인간은 낙원에서 추방되어 성생활과 문화 활동을 시작하는 것이다. 꿈은 밤마다 우리를 그런 낙원으로 데려갈 수 있다.

우리는 유년 시절 초기(근 만 3살까지 역사 이전의 시기)에 받은 인상들이 내용과는 상관없이 그 자체로 재현되기를 바라며, 그것이 되풀이되는 경우 소원 성취라고 이미 추측했다. 따라서 벌거벗은 꿈은 <노출-꿈Exhibitionstraum>이다.(298-299)

 

출처 : 프로이트, <꿈의 해석>, 열린책들, 2013, 제4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