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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이대로 흘러가기만 해서도 안 되겠지

Shaoli 2019. 11. 13. 05:54

수련을 하든 체험을 하든 그 뒤에는 어떤 욕망 없는 상태가 되어 전반적인 고요와 평정 상태를 유지하게 된다.

하지만 생이 이어지는 동안 그런 상태가 계속 안정적으로 간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비교적 이른 나이에 그런 상태가 되어 버리면 이후의 반평생(까지 살 수 있을지 몰라도)은 대개 물 흐르듯이 가도록 놔 두게 된다.

무엇을 해야겠다는 목표의식이나 해야 한다는 움직임 없이 흘러가는 대로 가는데, 

2015-19년까지 평지를 흘러가듯 지냈다.

언제까지나 이렇게 지내고만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해도 상황이 그러하니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런데 운세라는 건 참 신기하게도 움직일 수 있는 기운을 불어넣어 주고 방향을 틀어 주는 전환점이 되어 주기도 하더라.

불과 한두 달 전만 해도 아무 생각 없다가,

발렌티나 기자가 봐 준 운세에서 내가 곧 어떤 일을 하려고 들썩이는 시기가 온다는 말 들을 때,

아무것도 시작하고 싶지 않은데 뭘 들썩거린단 말인가 웃어 넘겼다.

그런데 한두 달 지나서 마침 내 논문 가설의 근거를 찾으려고 1년 넘게 듣고 있던 수업에서 실마리를 발견하고

이제 논문을 쓸 수 있겠다는 감을 잡게 된 것이다.

이대로 바람 타고 쭉 가면 2021년에 졸업이 가능하겠단 희망(?)도 생겼지만 투잡도 해야 하니 진척이 쉽진 않겠다.

그래도 더 이상 끌 수 없어서 한 번 가 볼 생각이 들었다.

졸업하면 이제 영영 학위와는 안녕이고, 

얼마 남지 않은 삶 동안 결실을 봐야지 싶었다.

이후에 지금껏 없던 운들이 도와준다고 나오니 기회를 잡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없던 힘도 나게 되고, 다른 기회가 온다는 걸 알고선 더 힘낼 수 있는 것도 삶의 이치임을 보게 된다.

변화하지 않고 변화되지 않는 삶은 없다는 것, 스스로 움직일 힘이 없으면 천지가 도울 때도 온다는 것,

깨어 있기만 하면 세상과 더불어 자기 삶을 운용해 갈 수 있다는 것, 이게 사는 재미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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