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슬픔 (2)
Zoe
얼마 전 옛날 영화 과 를 보니, 한때의 사랑일지라도 사랑하는 사람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하고 행복했다. 종교는 지복을 얻는 길을 열어 주지만 누릴 만큼 누렸던 나에겐 오히려 현실로 돌아가는 다리가 제대로 준비되지 못해 고생이었다. 현실로 잘 돌아올 수 있으려면 모든 현실적인 것들에 대한 사랑이 있어야 했다. 그리고 그 사랑이 나를 불러주어야 넘어갈 용기가 생기는 것이었다. 더 이상 종교에만 기대지 않는 삶에서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종종 스스로에게 묻는다. 그리고 답은 조용히 말한다. 사랑을 키워 가는 것, 무엇이든, 누구든, 사랑을 넓혀 나가는 것. 그게 무어냐고 또 물으면, 결국엔 기쁨을 함께하고, 슬픔을 함께할 수 있는 이가 되는 것이더라. 세상에 사랑할 이가 얼마나 많고, 사랑할 것들이..
"그 웃음은... 슬퍼서 웃는 웃음이었군요." 정신분석 선생님이 나에게 하신 그 한마디가 슬프게 마음을 울렸다. 슬픔의 구렁에 빠져서 나가고 싶지 않는 나를 현실은 계속 밖으로 잡아 끌었다. 어릴 때 보던 만화 에서 타임머신 타고 원시시대로 돌아가 둘리는 그토록 그리워하던 엄마를 만났다. 하지만 공룡들에게 시달리던 친구들은 행복한 시간을 보내던 둘리를 억지로 잡아 끌어서 현실로 돌아가게 했다. 친구들에게 끌려 가면서 엄마를 울부짖는 둘리의 소리가 늘 마음 한켠에 아프게 남았다. 둘리는 친구들 따라 현실로 돌아오지 않으면 안 되는 거였을까. 그때 그 시절이야말로 둘리가 살아야 했던 때가 아니었을까. 나에게 슬픔의 구렁은 그런 곳이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얼마 뒤에 꿨던 꿈이 생각났다. 신세계 본점 앞에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