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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죽음에 다가서신 분들, 그리고 나의 죽음

Shaoli 2019. 12. 9. 17:05

12월 8일 새벽 꿈을 꿨다.

꿈에 나는 전에 살던 독바위역 동네에서 연신내 방향으로 내려오는 긴 길목에 있었고,

그 길에서 큰 길이 보일 때쯤 내 오른쪽 뒤에 교회 부서에서 최 연장자 권사님이 나타나셨다.

나는 권사님에게 여기에 무슨 일이시냐 물었고, 권사님은 어디를 가야 한다고 하셨다.

내게 어떻게 가야 하냐고 하시는데, 나는 분명 일단 이곳을 나가서 연신내 큰 길로 가야 어디로든 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권사님 집 방향을 생각해서 "여기 큰 길로 일단 나가야 해요."라며 큰 길을 앞에서 가리켰는데,

내 눈에서 그 큰 길이 하얀 바탕에 펜으로 물결들을 그려 놓은 듯해 보였고,

나는 그걸 건널 수 없는 세상 밖의 강물이 흐르는 것으로 인식한 것 같았다.

그걸 보고 당황한 나는 "어, 저게 뭐지... 어쨌든 저게 아니라 길 따라서 가야 돼요!"라고 말했고,

노 권사님은 시종 '길을 어떻게 가는 거지, 어떡하지, 나 잘 모르겠어.'라는 태도를 일관하며 혼란스러워 하셨다.

꿈에서 깨고 낮에 노 권사님을 교회에서 만났을 때,

평소보다 유난히 안색이 밝으셨지만 눈마저도 희어 보이는 게 마치 이 세상 사람이 아닌 듯 내 앞에서 빛으로 사라져 가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이번주에 부정맥 검사를 해 보니 자다가 심장박동이 멈추었던 기록이 있어서 언제 자다가 죽을지도 모르겠다는 농담을 하셨다.

혹 간밤에도 심장이 멈추어서 내 꿈에 나타나 어디로 가야 하는 거냐고 물으신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조용히 해 보았다.

시한부 삶을 지내고 계신 집사님도 있는데, 올해는 상을 두 번 치르게 될까, 신부님도 아프신데 세 번 치르게 될까 싶어진다.

오늘은 어느 사주풀이에서 내가 89살 여름까지 살다 죽을 것이라고 했는데, 계산해 보니 89살 되려면 아직 50년이나 남았다.

살아 온 시간보다 더 긴 50년이라니. 

지금 계신 분들 다 떠나 보내고서도 40-50년을 나 혼자 살아가게 된다는 게, 삶의 무게가 무겁게 느껴지기도 하면서,

하려던 것들을 꾸준히 계속해 나가서 일을 마쳐야겠다는 의지도 다시 세우게 되었다.

돈만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지천명이란 순리를 따르며 현재 상황을 도리에 맞게 살아가는 것이겠지.

이별수나 현실적 어려움이 있어도, 조급해 하지 말고 주저하지도 말고 앞으로 나아가자. 아직 갈 길이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