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e
꿈에 나타난 원폭에도 살아남은 나뭇가지 2019.12.14 본문
종강하고 처음 맞는 한가한 토요일이었다.
온종일 잔 것도 모자라 오후에 또 잤다.
꿈에서 내내 수업이 이어졌고 장소는 명동성당 맞은편에 있는 빕스 건물이었다.
쉬는 시간에 갑자기 뭐가 떠올라 명동성당 앞에 있는 정자(실제로는 정자가 없다)에 가서 무언가를 확인하러 갔다.
그런데 저녁에다 그곳이 너무 어둡고 노숙인 같은 분 몇이 쉬고 있어 가기를 그만두고 돌아왔다.
이어진 수업에 교수님은 내게 동영상이 보이는 아이패드 만한 상자를 주어서 봤더니
그 안에 내 중고교 여자 동창 둘이 한적한 시골 동네에서 둘이 만나 어디론가 가고 있는 장면이었다.
나는 이들을 보고 교수님에게 "얘네 둘이 제 동창이에요."라고 했다.
그 둘 중 하나는 누군지 잘 모르지만 하나는 내가 좋아하던 남학생과 사귀다가 맞아서 크게 다친 적 있는 친구다.
결국 남학생은 소년원에 간 것 같았고, 이 친구는 다른 동창과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
그 다음 교수님은 다른 수업자료로 나에게 편백/측백나뭇가지를 주었는데,
(보통 사순절에 가톨릭에서 종려 주일 때 나눠 주는 나뭇가지와 비슷하다.
측백나무는 예로부터 신선이 되는 나무로 여겨 왔고, 편백나무는 피톤치드 성분이 많아 살균 효과가 뛰어난 걸로 알려져 있다.)
난 그 나뭇가지를 받고 갑자기 산속에서 공동체 생활하던 장면으로 돌아가
주방 테이블에 앉아 유리병 속에 담은 그 나무 잎사귀를 꺼내서 먹어 보는 모습이 보였다.
(실제로 그런 적은 없다.)
교수님은 "이게 원폭에도 살아남은 나뭇가지에요."라고 했고,
난 "저 이거 전에 살던 곳에서 씹어 먹었던 거에요!"라고 했다.
분석 96-97회기에 다룸.
마디마디 끊어졌던 (병 속에 담긴) 나뭇잎을 씹어 먹다가, 본래 생긴 모양새로 합쳐진 모습을 본 느낌이 새로웠다.
그리고 예전에 은성수도원에서 꿨던 두 가지 중 하나가 잘려나가고 하나만 비정상적으로 길게 자라난 나무가 떠올랐다.
잘려나간 가지 대신 내 손에 다시 심어서 자랄 수 있는 나뭇가지를 들고 있는 것 같았다.
생명.
이걸 어디다 심어서 잘 자랄 수 있게 할지 고민해 보았다.
그 나무 옆에 심고 싶었지만 그러면 가지가 자라다가 그 뻗어 나온 가지에 찔릴 것 같았다.
그래서 다른 빈자리에 오롯이 나뭇가지를 심을 수 있는 곳이 필요했다.
선생님은 그런 차가운 곳이 아닌 늘 봄인 곳에 심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나는 겨울이어도 봄이 오면 눈이 녹을 것이고, 여름도 오고, (이 다음은 말하지 않았지만) 가을이 와서 또 겨울이 오는 게
나뭇가지가 건강하게 자라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더 다채롭고 아름답게 살 수 있을 것 같아서.
나뭇가지가 자라날 것을 생각하니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아무 말 하지 않고 나뭇가지를 마음에 담으며 침묵했다.
원폭에도 죽지 않고 살아남은 나뭇가지를 준 분이 교수님이어서 선생님은 정신분석이 내 안에 심겨지는 것 같아 보인다고 했다.
그럴 수도 있고... 요즘은 영성의 깊은 감각도 우연한 계기로 깨어나면서 무언가 새로 시작하는 동시에 이전 것과 또 한 번 통합하고 있는 듯하다.
2019년을 마무리 지으며 의도와 상관없이 모든 것이 수렴되어 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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