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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여전히 난 영원히 살고 싶어

Shaoli 2020. 1. 11. 17:43

며칠 전 점심 먹을 때 발렌티나가 내게 물었다.

"몇 살까지 살 수 있다고 정할 수 있으면 몇 살로 하고 싶어?"

"응? 난 영원히 살고 싶어."

고민도 한 번 하지 않고 바로 대답해서였는지, 숫자를 넘어선 영원이란 단어가 의외여서인지 발렌티나는 잠시 몇 번 말문이 막힌 듯하다가 다시 물었다.

"왜 영원히 살고 싶어?"

"사는 게 좋으니까."

그러자 그 자리에 있던 레지나는 "왜? 난 내일 죽어도 더 살고 싶단 생각 안 할 텐데."라고 했다. 평소에도 늘 하던 말이었다.

요즘 내 주변은 다들 '내일이라도 죽으면 좋겠다'라든가 '자식 큰 것까지만 보고 죽었으면 좋겠다' 등의 생각을 가진 40대들이 많은 것 같다.

삶에 긍정적 재미보다 버거운 괴로움이 더 커서겠지만, 다행히 안토니오는 자신도 영원히 살고 싶다고 동의했다. 단, 고통이 없는 세상에서.

 

주말 동안 진로에 대한 심란한 고민이 있었다.

지금 처한 상황의 한계와 회사의 재정난 때문이었는데, 우연찮게 이직할 기회가 생겨서 이틀간 분별하느라 애먹었다.

가장 싫어하고 견디기 취약한 상황에 놓이고 있다는 걸 알수록 내적 갈등은 더 복잡해졌지만,

어렵게 평정을 찾아갈 때쯤 오랜만에 스승님 연락을 받았다.

그동안 건강이 좋지 않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전활 받아 보니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통화하는 동안 과거를 현재로 그대로 갖다 놓은 것 같아서 문득 지금 영원히 살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한참 시간이 지나서야 그 느낌이 행복이었다는 걸 알았다

 

분노와 괴로움의 시간을 지냈지만 그렇다고 영원히 살고 싶은 마음이 변하거나 사라진 건 아니었다.

난 여전히 영원히 살고 싶었다.

삶에 고통이 있을지라도 겨울을 지나 봄, 여름, 가을 그리고 또 겨울을 맞는 사계절을 계속 보내고 싶었다.

생명의 죽음과 새로 태어남을 하나님 마음처럼 기쁘게 보며 살고 싶다고 스승님께 말씀드렸더니 

스승님은 허허 웃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