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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e

2월 7-18일까지 전날에 생각하던 것들이 꿈에 그대로 나왔다. 2.11 (페어베언 수강을 마치고) 꿈에 고등학교 교사로 내가 있었고, 동창들이 학생으로 있었다. 수업 끝나기 5분 전에 가볍게 수업을 마치려고 앞에서부터 한 줄씩 나와 칠판에다 내가 말한 6글자 중국어를 병음으로 적으라고 했다. 내가 말한 건 "태초천지유도"(太初天地有道)였는데, 성경 구약의 창세기와 신약의 요한복음 앞부분을 섞은 말이었다. 그런데 초등학교 저학년도 거뜬히 쓸 수 있는 답을 애들이 끙끙대면서 서술식으로 답을 쓰고 있는 것이었다. 병음을 받아쓰라는데 왜 서술을 하냐고 어이없어서 다 내려가라 하고 다음 줄 올라와서 쓰라고 했다. 그랬더니 그중에 공부를 깔끔하게 잘하는 모범생 동창 페이는 심지어 중국어도 아닌 한글로 한 문단을 ..

2월 7-18일까지 전날에 생각하던 것들이 꿈에 그대로 나왔다. 2.8 친구 같은 남편과 학생커플처럼 지내는 직장동료가 꿈에 나왔다. 계속 내 옆에 있었는데, 꿈꾸기 전 낮에 이 동료를 보면서 저런 결혼생활이면 나도 결혼해도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2.10 네 가지 꿈을 꿨다. 처음 꿈은 다른 연구소의 이 소장, 김 편집장 그리고 직장동료들과 감사 준비하고 있었다. 어느 외딴곳에서 버스 타고 돌아와야 했는데, 몇 번 버스를 타야 하는지 아무도 몰랐다. 김 편집장은 계속 추측하며 잔소리하고, 내 손에 노트가 있었는데 세 가지 카테고리로 된 문단에서 답을 찾아야 몇 번 버스인지 알 수 있었다. 내가 풀어 보겠다고 하던 중 15번 버스가 지나갔다. 우리 앞에 서지도 않고 지나가 버렸지만 저 버스는 아니란 걸 직..

2020.2.1 꿈에 대모님의 (실제 아님) 시골집 한쪽 방에 내 남편이란 사람이 살았다. 백수 같은 이 얼굴 모를 남자는 대낮에도 자고 있었고, 나는 아내란 걸 숨기고 자고 있는 남편에게 갔다. 사실 대모님은 알고도 모른 척하시고 날 안타깝게 여기고 계신다는 걸 알게 됐다. 마음이 편안해졌다. 잠시 뒤에 회사 사람들과 운영위원회 분들이 와서 그 방 바깥에 있는 거실과 노래방에서 놀았다. 다같이 '당신의 의미'를 불렀다. 2.4 아주 긴 꿈을 꿨다. 서울역 뒷편쯤 어느 은행에 갔더니 그 은행에 붙은 두 작은 방이 세 나왔다고 해서, 아버지 집과 가깝다는 이유로 나는 지금 사는 빚진 새 집에서 나와 이사 가기로 했다. 5000 보증금에 50만 월세였는데, 이사하고 보니 집이 처음 본 그 집이 아닌 다른 공..

작년 핑크뮬리를 심은 화분에서 내가 심지 않은 잡초가 났다. 봄맞이 꽃들을 좀 사다 심을까 했는데 공짜로 꽃이 났다니 뜻밖의 작은 손님이 너무 사랑스러웠다. 흙을 가만 놔 두면 나중엔 쑥도 나고 냉이도 나고 민들레도 날까? 어디선가 씨앗이 날아와서 화분에 앉아 뿌리내렸으면 좋겠다. 한 철 편히 쉬다 가든 흔들리다 가든,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내게 기쁨이 될 테니. 올해는 인연 닿는 씨앗을 심어 봐야겠다.

어디서 본 글이었는지 기억이 안 나지만, 사실 에덴동산에서 선악과를 먹어 선악을 분별할 줄 알게 된 건 분별력 없는 아기였던 우리가 성장함에 따라 세상과 사물에 대한 인식이 깨었다는 의미라고 했다. 그리하여 더 이상 에덴동산에서만 사는 것이 아니라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는 필연적 성장 과정이 에덴에서의 쫓겨남으로 표현되고, 이로써 인간은 더 자율적이고 주체적으로 자기 삶을 개척하며 자기 자신이 되어 가는 길을 걷게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에덴동산은 아기였던 때 엄마 품에서 먹고 자고 아무 근심없이 전적인 돌봄을 받던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돌봄 속에서 만족도가 높은 아기가 있는 반면 제대로 또는 적절한 돌봄을 받지 못한 아기도 있다. 말 못하고 세상을 모르며 오직 자기 세계 안에서 자..

탈인격화(내가 바깥에 나가 있는 것 같은)와 비현실화(현실 같지 않은)와 같은 뚜렷한 정신병적 증세뿐만 아니라 진짜 같지 않은 감정(자신에 대해서 낯선 느낌을 갖거나 낯선 것에 대해 친숙한 느낌을 갖는)과 같은 비교적 경미하거나 일시적인 현실감의 장애들도 본질적으로 분열성 현상에 속한다. 낯선 것에 대해 친밀하게 느끼는 증상과 유사한 것으로서 기시증(데자뷰)을 들 수 있다. 이 흥미로운 현상은 분열성 과정을 포함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몽유병, 기억상실증, 이중인격, 다중인격 등이 기본적으로 분열성 현상에 속한다.(Janet, William James, Morton Prince) 그리고 히스테리 환자에게서 관찰한 해리 현상은 정신분열증 환자들에 대한 기술과 같은 것이었다. 이 사실은 히스테리 성격은 항상 ..

외국 국적포기 승인 난 날이 딱 내 37번째 생일날이었다.37년의 외국인 신분에서 날 놓아 준 게 생일선물이었나,생존을 위해 포기한 국적이어서인지 기쁨보다 착잡함이 더 컸다.국적 포기 허가 증서를 더 보고 있다간 울 것만 같아서 얼른 서류봉투 속에 다시 넣었다.세종로 출입국 사무소에 가서 외국 국적 포기 확인서를 받고 주민센터에 주민등록 신청을 하면 한국인 신분이 된다.나에겐 그게 피난 같은 인생에서 하루 먹을 쌀이라도 얻을 수 있는 생명줄같이 느껴졌다.지난 외국인으로서 이 땅에 사는 불편함은 생활의 불편함에 내재된 수많은 정신적 외상에서 비롯한 장애와 결핍의 불편함이었다. 저녁엔 집에 와서 좋아하는 중국 예술인이 나온 프로그램들을 보았다.이 사람을 볼 때마다 왜 그렇게 울게 되는지, 4시간 동안 보면서..

1.2 꿈에 한 저수지에 문제가 생겼는데, 누구도 위험하다는 이유로 그 속을 살펴보려 하지 않고 있었다. 나는 어떤 여자와 그 소식을 듣고 우리가 저수지 속을 알아보겠다며 잠수할 준비를 마치고 관리자에게 갔는데, 태만하게 유리 너머로 저수지를 내다보고 앉아 있는 관리자를 나무라면서 "우리가 목숨 걸고 들어가겠다잖아요. 지금 이러고 있어도 되는 거에요?"라고 했다. 그 뒤로 22일까지 꾼 꿈들은 난잡하고 길에서 많은 사람이 오가거나, 어두운 빗길을 홀로 하염없이 걷거나, 별 주제도 없는 알 수 없는 꿈들만 꿨다. 1.24 분석가 선생님이 1년 반 만에 처음으로 나왔다. 한 길쭉한 수련회 장소 같은 곳(온통 하얀 벽)에서 나는 조원들과 함께 있었고, 시간이 다 되었는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건물 안쪽 문을 ..

클라인 학파의 연구가 주는 매력은 그것이 우리의 일상적인 경험으로부터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경험 형태를 맛볼 수 있게 해 준다는 것이다. 그것의 많은 부분이 ‘정신증’ 환자들의 연구에서 온 것이다. 클라인학파 학자들 사이에서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아래에 여러 마음의 층들이 있다는 진정함 믿음을 공유한다. (유아의 삶의 과정에서 그 최초의 정신 층은 발달의 진행과 함께 사라져 버렸다.) 우리는 더 이상 히스테리, 강박증 등으로 진단하지 않는다. 클라인학파 학자들에게 있어서 정신 과정의 세계는 이런 원시적 수준의 정신 층에 대한 이해를 통해 끊임없이 재정의 되고 있다. .... 원칙적으로 적어도 개인의 주관적 경험이 보다 일반적인 패턴과 성향을 가져서 안 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주관적 자료를 통합하는 문..

클라인은 질투(jealousy), 시기심(envy), 탐욕(greed)을 조심스럽게 구분했다. 시기심은 질투보다 더 원초적인 것이다. 시기심은 순전히 파괴적이고, 사랑과 존경의 대상을 겨냥한다. 질투는 오이디푸스적 삼자관계에 속한 좀 더 섬세한 감정으로서 사랑에 근거하고 있으며, 경쟁자에 대한 증오는 욕망의 대상에 대한 사랑으로 작용한다. 질투는 고상한 것일 수도 있고 비열한 것일 수도 있는 반면 시기심은 언제나 비열하다. 탐욕 또한 시기심과 구분되어야 한다. 탐욕은 대상이 지니고 있는 풍부한 모든 것을 소유하려고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탐욕으로 인한 손상은 의도적인 파괴의 결과가 아니다. 그러나 시기심의 직접적인 목적은 대상의 속성을 파괴하는 것이다. 시기심을 유발하는 속성이 파괴되면 더 이상..

몇 달간 틈 나는 대로 사주를 분석하고 운세를 검증했다. 물론 앱이나 사이트들의 ‘오늘의 운세’는 간단히 띠로 풀어 주거나 조금 더 성의 있는 곳은 천간일주로 풀어 주니 그 풀이들이 나에게 딱 들어맞을 순 없었다. 운세 설명해 주는 영상을 보니 대략 2020 庚子경자년은 庚金과 子水이므로 壬水戌土임술인 나에게 子水가 뿌리 힘이 되어 주어서 새 일 벌리거나 이직하는 등의 강한 움직임과 추진력을 보이지만, 戌土가 남편 또는 직장에 해당하므로 평소에 얌전히 있더니 갑자기 받아 버리니 구설수나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일은 벌리는 게 삶이라고, 조심할 건 조심하고 하려던 일을 하라는 설명. 그리고 庚金은 나에게 문서, 공부에 해당되니 올해는 공부하는 머리가 잘 돌아갈거라고 했다. 그런데 요즘 ..

간간이 들어오는 블로그가 어느 새 10000 앞둔 순간을 포착했다. 네이버에 있을 땐 상대적으로 글을 자주 쓰는 편이었는데, 이곳에 온 뒤로 그닥 잘 쓰지 않는 건 속 풀 곳이 따로 생긴 이유가 가장 클 것이다. 사실 블로그를 새로 만들 때마다 어떤 주제 하나에 집중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서였는데, 막상 만들고 나면 또 어느 새 이런저런 주제들이 늘어나 버린다. 내가 하나에만 전념하거나 오롯이 매달리는 성격이 못되서다. 이곳은 버려 둔 계정으로 어쩌다 시작해 놓고, 가만 놔 두는데 싹이 저 혼자 조용히 자라나듯 방문수가 이만큼 누적됐다. 사실 10000이 쉽지, 2만, 3만, 10만 넘어가면 100만 가는 건 어렵고 더디다. 그때 이 블로그는 어떤 모습이 되어 있을지, 나는 뭘 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영..